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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女교사 방광암 조심해야? 직업별 잘 걸리는 '암'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3년 3월 13일 원진레이온 직업병대책 협의회와 근로자 50여명이 서울 종로성당 노동회관에서 공개토론회를 마친후 정부의 직업병 대책을 촉구하며 탑골공원까지 평화행진을 했다. 원진레이온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근로자들이 잇따라 직업병으로 숨지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직업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다. [중앙포토]

1993년 3월 13일 원진레이온 직업병대책 협의회와 근로자 50여명이 서울 종로성당 노동회관에서 공개토론회를 마친후 정부의 직업병 대책을 촉구하며 탑골공원까지 평화행진을 했다. 원진레이온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근로자들이 잇따라 직업병으로 숨지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직업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다. [중앙포토]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는 방광암을 조심해야 한다. 항공운송업에서 일하는 남성은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피부암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별 암 발병 위험 연구 #남성-항공운송 전립선암, 전문과학은 고환암 #여성-반도체 백혈병, 교육서비스업은 방광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413만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업성 암 발생에 관해 연구한 결과다. 특수건강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178종의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해 실시하는 검진이다. 국제 암 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위험요인 69종을 포함하고 있다.

직업성 질병은 예방의 영역이다. 사고와 같은 돌발적인 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다르다. 사고에 따른 사망이나 부상과 달리 집단으로 발병하는 특징을 보인다. 지속적으로 유해 인자에 노출되면서 축적돼 발병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 67.4%(277만8236명)의 근로자가 2개 이상이 유해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에 있었던 근로자도 6만6869명(4.3%)에 달했다.

노출된 발암 물질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용접 흄(Fume)이었다. 금속이 기화하며 발생하는 매우 작은 입자로 아연과 같은 온갖 물질이 녹아 있다. 이어 황산, 니켈화합물, 염화수소, 오일미스트, 포름알데히드, 방사선, 크롬,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의 순으로 노출됐다. 10년 이상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높은 업종은 전자제품 제조업이었다.

업종별 암 발병 위험 집단도 연구결과 나왔다. 펄프·종이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은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5.7배나 높았다. 신장암에 걸릴 확률도 3.3배나 됐다.

항공운송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전립선암에 3배나 많이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전문과학기술직은 고환암 발병 가능성이 2배나 높았다.

여성의 경우 하수 폐기나 분류 처리업에서 일한다면 위장암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일반 근로자보다 무려 4.2배나 발병 위험이 높았다. 반도체 제조업이나 전기장비 제조업에 종사할 경우엔 비호지킨림프종이나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2배 안팎에 달했다.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2.6배 높았다.

이경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데 따른 암 발생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암 질환은 예방 가능한, 또는 예방해야 하는 직업성 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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