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해 물가상승률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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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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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1.3%)보다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경제가 회복하면서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겠지만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전망치 1.3% 웃돌 수 있지만 #인플레 확대 가능성 크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

이 총재는 24일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내놨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며 “국내에서도 유가 상승 폭 확대와 농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서 1%대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전체로는 (물가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인 1.3%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되면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은 1.3%, 내년에는 1.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시기상조라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통화) 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가 수시로 바뀌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코로나19 취약 부문의 상흔효과(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된 뒤 사라지지 않는 효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득 불평등의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부문 간, 계층 간 불평등 개선이 단기간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한 개인의 적응과 교육 기회의 격차도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 관련 플랫폼의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오프라인 기업의 입지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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