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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당했나""주식 매매 놓쳐" 하루 망쳐버린 '앱 먹통' 패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사원 김모(42·서울 암사동)씨는 출근길에 스마트폰이 먹통이 돼 패닉 상태가 됐다. 지하철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에 올려둔 회의자료를 확인하고 관련 뉴스를 검색하며 업무 준비를 해야 하는 데,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 모든 애플리케이션(앱)이 열리지 않았다.

용량 문제인가 싶어 잘 안쓰는 앱을 모두 지워도, 카카오톡을 지웠다 다시 깔아도 '앱을 중지했습니다'는 알림창만 반복적으로 떴다. 서비스센터도 계속 통화 중이었다. 김씨는 "스마트폰 해킹 당한 줄 알고 너무 당황했다"며 "오전부터 일정이 꼬여 하루 일과가 엉망이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해킹당한 줄” “주식 매매 타이밍 놓쳐”

23일 삼성전자 갤럭시를 포함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일부 앱이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해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콜센터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져 대기시간이 30분 넘게 걸렸고, 일부 서비스센터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구글의 웹뷰 앱 최신 버전이 기존앱과 충돌을 일으켜 안드로이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구글의 웹뷰 앱 최신 버전이 기존앱과 충돌을 일으켜 안드로이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구글 ‘웹뷰’ 앱 최신 버전이 기존 앱과 충돌

이번 오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 웹뷰' 앱이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앱은 안드로이드에서 웹 콘텐트를 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최근 업데이트 후 기존 앱과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서비스 상태 대시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분께 안드로이드 앱 충돌 현상이 처음 인지됐다. 구글은 웹뷰와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오류를 수정한 버전을 긴급 업데이트한 뒤 오후 3시18분경 '플레이스토어에서 웹뷰와 크롬을 각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앱 충돌 문제가 사라진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구글의 공지가 있기까지 사용자들은 7시간 이상 스마트폰 앱 작동이 멈춘 상태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시간 동안 카톡과 네이버 앱은 물론 주식 앱까지 먹통이 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쳐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문제 해결방법을 몰라 스마트폰을 초기화한 뒤 앱을 다시 까느라 한나절 이상 업무를 보지 못했다는 사용자도 있었다.

삼성·LG 등이 해결방법 먼저 공지

구글보다 먼저 조처를 한 건 삼성·LG 등 스마트폰 제조사였다. 제조사는 오전부터 멤버십 게시판에 해당 사실을 공지하고 해결방법을 상세하게 알렸다.

삼성전자는 멤버십 게시판에 '특정 어플 실행 시 바로 꺼지거나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해결법'에 대해 ▶설정→애플리케이션→안드로이드 시스템 웹뷰 선택→더보기→업데이트 삭제 ▶설정→애플리케이션→크롬 선택→더보기→업데이트 삭제 등으로 공지했다. 또 서비스센터에서는 방문 고객의 스마트폰 설정을 변경해줬다.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관련 오류로 앱 작동이 중지되자 해결 방법을 멤버십 게시판에 공지했다. [삼성전자 멤버십 게시판 캡처]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관련 오류로 앱 작동이 중지되자 해결 방법을 멤버십 게시판에 공지했다. [삼성전자 멤버십 게시판 캡처]

방통위·과기부 “손해배상 검토”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의 이날 앱 실행 중단 오류에 대해 손해배상 사안이 되는지 관련 법률 검토에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일단 전기통신사업법 33조2항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 역무 제공이 중단된 경우 이용자에게 중단된 사실과 손해배상 기준·절차 등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의 문제지만, 제품의 하자 같은 측면도 있어 법 조항 및 해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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