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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편하고 재사용 가능" 100% 생분해 마스크 필터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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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마스크 필터 제작 개요. [사진 한국화학연구원]

친환경 마스크 필터 제작 개요. [사진 한국화학연구원]

17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표지논문

국내 연구진이 100% 자연분해되면서 숨쉬기 편하고 여러번 재사용도 가능한 생분해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한국화학연구원의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 연구팀이 한 달 안에 퇴비화 조건에서 100% 자연분해되는 N95 성능의 신개념 생분해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마스크를 구성하는 소재 대부분이 분해와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오염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필터는 플라스틱 빨대 소재와 같은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져 흙에서 썩지 않는다.

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숙시네이트(PBS)를 자체 기술력으로 튼튼하게 보완해 필터 제작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우선 보완한 PBS를 가느다란 나노 섬유와 마이크로 섬유 형태로 뽑은 후 섬유들을 겹쳐 부직포를 만든게 특징이다.

이어 연구팀은 게의 껍데기에서 키토산 나노위스커를 추출해 부직포 위에 코팅했다. 이렇게 만든 필터로 쓰레기 분해 테스트를 한 결과 퇴비화 토양에서 28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생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필터는 한국 기준인 KF94와 비슷한 수준의 차단 효과를 보인다”며 “미국 마스크 표준 기준인 N95(0.3㎛ 크기 입자 95% 차단)을 만족하는 필터”라고 말했다. 한국 마스크 기준인 KF94는 0.4㎛ 크기 입자를 94% 차단해야 한다.

특히 이 마스크 필터는 기존 필터들과 제작 방식이 달라 재사용이 가능하고, KF94 마스크보다 호흡하기도 편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제품들은 대부분 정전기 필터 방식과 체로 걸러내듯 물리적으로 입자를 거르는 방식 가운데 하나를 채택하고 있다. 정전기 방식은 습기에 취약해 오랜 시간 반복해 쓰기 어렵다는 문제가, 체 방식은 숨쉬기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 필터는 정전기가 아니라 전하 원리를 이용해 외부 물질을 거른다. 코팅 성분인 키토산 나노위스커는 양극(양전하)을 띠는데,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 외부 물질은 보통 음극(음전하)을 띠어 마치 자석이 끌리듯 필터에서 외부 물질을 잡는다. 이 원리로 제작한 필터는 습기에도 강해 여러번 사용할 수 있고 호흡도 더 편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표지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팀은 현재 필터 외에도 콧대 고정 철사, 마스크 풀림 방지 연결고리, 고무줄 등 마스크의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황성연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응용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특허에 가깝다”며 “마스크를 생분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중간과정이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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