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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도 없이 전기 만든다? 바위 위 흔들리는 '원기둥'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3미터 높이의 원기둥이 바람을 타고 계속 흔들리고 있다. 이 원기둥의 정체는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풍력발전기로 기존 풍력발전이 가진 소음과 조류충돌 문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기술 스타트업인 ‘보텍스 블레이드리스(Vortex Bladeless)’는 풍력 발전의 상징인 날개 없이도 바람의 힘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터빈을 개발해 시제품 테스트에 돌입했다.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이 날개 없는 풍력터빈 디자인을 개발한 스타트업은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Equinor)가 선정한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10대 스타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에퀴노르는 보텍스 블레이드리스에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진동으로 전기 만들어…조류충돌·소음 걱정 없다

진동의 원리로 전기를 생산헤 조명을 켜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진동의 원리로 전기를 생산헤 조명을 켜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여느 풍력발전은 바람의 힘으로 날개를 돌려서 전기를 만든다. 하지만 이 원기둥 모양의 풍력발전기는 바람이 불면 진동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한다.

원기둥 안에는 탄성을 지닌 막대 형태의 실린더가 수직으로 고정돼 있는데, 바람이 불면 이 실린더가 진동하면서 전기를 생성한. 이른바 ‘와류 방출’(Vortex Shedding)이라고 불리는 소용돌이 현상을 풍력에너지에 적용한 기술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풍력발전은 날개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저주파 소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근 주민과의 갈등을 빚곤 했다. 또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고 조류 충돌 사고를 일으키는 등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비해 날개 없는 풍력터빈은 조류 이동, 야생 동물에 별다른 위험을 주지 않고, 소음도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날개 없는 풍력터빈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도심지 설치 등 기존 풍력발전 공백 채운다”

스페인 아빌라시의 대학 옥상에 날개 없는 소형 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설치한 모습.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스페인 아빌라시의 대학 옥상에 날개 없는 소형 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설치한 모습.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하지만, 아직 날개 없는 풍력터빈은 기존 풍력터빈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이 스타트업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야네즈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존 풍력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기술은 전통적인 풍력발전이 적용하기 어려운 틈새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스페인 도심 지역에 소형화한 시제품을 설치하는 등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야네즈는 “태양광 패널은 낮에는 전기를 생산하고, 밤에는 풍속이 더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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