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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도 "수당 더 줘라"…미중 충돌 누그러뜨린 미녀통역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외교부 통역실 소속 통역관 장징이 지난 2013년 양회 총리 기자회견에서 처음 통역하는 장면 모음. [웨이보 캡처]

중국 외교부 통역실 소속 통역관 장징이 지난 2013년 양회 총리 기자회견에서 처음 통역하는 장면 모음. [웨이보 캡처]

“이건 통역사에게 시험이다(It's a test for the interpreter)”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의 미·중 고위 회담장에서 양제츠(楊潔篪·71)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옆자리 통역사 장징(張京)에게 한 말이다. 장장 16분간의 '격정 발언'을 끝낸 뒤였다. 그러자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통역사에 수당을 더 줘야겠다(We're going to give the translator a raise)”며  조크로 거들었다. 미·중 대표들의 설전에 살벌하기까지 했던 회담장의 분위기가 다소 풀리던 순간이었다.

양제츠 '16분 격정 연설' 통역한 장징 화제 올라 #SNS 인기 검색어 오르며 하루새 3억7000만 클릭 #관영 매체들 "세계에 중국 목소리 전해" 극찬도

이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장징은 중국 내에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중국 관영 매체도 ‘앵커리지 대첩’의 스타로 장징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1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2005년 당시 외교학원 학생이던 장징이 2위를 차지했던 21세기배 영어 웅변대회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부녀보 역시 웨이보에 “침착하고 프로페셔널한 중국 여성 통역사가 세계에 중국의 목소리를 전했다”며 회담 편집 영상을 올렸다.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인도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장징, 미·중 알래스카 회담 중국 측 통역관이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며 영문 트윗을 날렸다. 인터넷 매체 관찰자망은 21일 장징과 미국 측 통역관의 통역 내용을 비교하며 '중국 우월론'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Weibo Hot Search) 코너에 21일 오후 등장한 #미중대화여성통역관장징(美中對話女譯官張京)#이 하루 새 3억7000만 클릭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웨이보 캡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Weibo Hot Search) 코너에 21일 오후 등장한 #미중대화여성통역관장징(美中對話女譯官張京)#이 하루 새 3억7000만 클릭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웨이보 캡처]

네티즌들도 호응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여론 풍향계 역할을 하는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Weibo Hot Search) 코너에 21일 오후 등장한 '미중대화여성통역관장징(美中對話女翻譯官張京)'은 하루 새 3억7000만 클릭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눈망울이 커 중학 시절 인도계 혼혈로 오해를 받았다는 장징은 항저우외국어대와 외교학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2007년 외교부 공채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다. 영화 ‘적벽’에서 유비의 부인 역으로 출연한 여자 배우 자오웨이(趙薇)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식 석상에 나선 건 2013년 3월 양회(전인대와 전국정협)에서 총리의 기자회견을 통역하면서다. 네티즌들은 당시에도 “양회 최고 미녀 통역”이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홍콩 명보가 22일 전했다.

현재 장징은 70여명의 통역관으로 구성된 중국 외교부 통역실 소속이다. 중국청년보의 지난 2014년 보도에 따르면 통역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그중 70%가 여성이다. 1998년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 맡을 정도로 '여인 천하'다. 총리 기자회견의 통역은 보통 회견 1달 전에 선정해 ‘지옥 훈련’에 들어간다. 3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명이 자료를 읽고 한 명은 이를 속기하며 나머지 한 명이 자료를 순차 통역하는 방식으로 훈련한다. 총리가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전을 찾아 미리 자료도 준비한다. 외교부 통역실에는 ‘16자 비결’이 전해온다. 중국의 영원한 외교관으로 불리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남긴 구절이다. “입장이 확고하고 업무에 익숙하며 정책을 파악하고 기율을 엄수한다(站稳立場 熟悉業務 掌握政策 嚴守紀律)”가 그것이다.

한편 최근 중국 일각에서는 장차 총리 기자회견에서 영어 통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한다. 중국의 굴기(崛起)가 계속되어 중국어가 국제 공용어가 되는 날 여성 통역도 더는 필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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