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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00억 수퍼로또" LH 공공택지 44개 휩쓴 중견건설사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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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호반건설은 수십곳의 위장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 입찰'을 통해 LH 공공택지 확보율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중앙포토

호반건설은 수십곳의 위장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 입찰'을 통해 LH 공공택지 확보율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중앙포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불법 땅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LH가 조성한 공공택지도 꼼수를 부린 일부 건설사들이 대거 차지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LH공공택지 10% 호반건설 차지 #수십개 위장계열사 동원 꼼수 #업계순위 62위에서 10위로 껑충 #공공택지 추첨제,평가제로 개선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수퍼로또'라 불리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 용지를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도 낙찰받을 수 있게 정부와 LH가 방조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까지 공공택지 아파트용지 입찰방식이 '단순 추첨제'였기 때문에 많은 위장 계열사를 동원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았었다.

국민의힘 송언석의원이 LH로부터 받은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입찰 및 낙찰 현황'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은 수십 곳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LH의 공공택지를 많게는 10%가량 확보했다. 이 기간에 LH가 분양한 473개 공공택지 가운데 44개(9.3%)를 호반건설이 차지했다. LH 공공택지 확보율로 볼 때 부동의 전국 1위다.

또 LH가 공급한 공공택지의 30%를 호반건설을 포함한 5개 중견건설사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송의원은 "호반건설이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추첨에 참여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기간 호반건설은 계열사 40여 곳을 설립했는데, 이 중 20곳 이상이 직원 수 10명 미만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과 같은 '벌떼 입찰' 꼼수를 쓴 J사나 W사 등의 중견 건설사들도 LH가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아주 짭짤하게 고수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6번째 3기 신도시이자,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광명·시흥 지구의 모습. 뉴스1

지난달 24일 6번째 3기 신도시이자,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광명·시흥 지구의 모습. 뉴스1

실제 이렇게 꼼수로 확보한 공공택지를 기반으로 호반건설은 매년 2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을 올렸다. 2018년의 경우 1조1744억원의 매출액에 2792억원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24%에 달했다. 같은 해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5%였다.

이런 고수익을 바탕으로 호반건설의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순위)는 2010년 62위에서 2019년 10위로 껑충 뛰었다.10대 건설사 반열에 진입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들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편법으로 입찰받아 6조원이 넘는 분양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 중 호반건설은 LH가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10조1379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조6203억원의 분양이익을 거뒀다. 한 필지당 평균 655억원의 분양수익을 올린 셈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건설은 최근 감정가(최초입찰가) 1156억원인 경기교육청 수원 남부청사(장안구 조원동) 부지를 2557억원에 낙찰받았다. 입찰자 16명이 가격 경쟁을 벌여 낙찰가율(감정가 대비)이 221%로 높아졌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가 워낙 귀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공공택지관리과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해 정부가 공공택지 입찰자격을 까다롭게 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려 일부 건설업체들이 벌떼 입찰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공급받는 데 유리하게 법을 고치기로 했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23일부터 시행하는 데 공공택지공급 입찰에 참여하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임대주택 건설계획’ ‘이익공유 정도’ 등을 평가하는 내용이다.

김은정 국토부 공공택지관리과장은 “기존에는 추첨제 방식이 70%에 달했지만, 앞으로는 임대주택 공급 기여도를 평가하는 경쟁입찰 및 수의계약 방식이 절반에 달하도록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나머지 추첨제 방식도 단순히 추첨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 공유와 같은 사회적 기여도를 따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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