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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파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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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윤재호 감독에게 새터민들의 삶은 지속적인 테마다. 다큐멘터리 ‘마담 B’(2016)를 비롯해 이나영 주연의 ‘뷰티풀 데이즈’(2017), 그리고 ‘파이터’까지 북한에서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낸다. 중요한 건 이른바 ‘탈북자’에 대한 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한다는 점이다. 윤재호 감독은 그들의 표면이 아닌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지닌 사연을 담아내려 한다.

영화 ‘파이터’

영화 ‘파이터’

‘파이터’는 주인공 진아(임성미)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남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던 그는 우연히 권투를 접하게 되고, 복서의 길에 들어선다. 여기서 영화는 다시 한번 전형성에서 벗어난다. ‘파이터’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삶의 변화 시기를 겪고 있는 한 청춘의 이야기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은 진아의 얼굴이다. 영화 초반 아무런 감정 없이 노동하던 진아는 글러브를 끼고 줄넘기를 하고 링에 서면서, 꿈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면서, 굳은 얼굴에 조금씩 감정이 번져간다. ‘파이터’는 한 인물에게 표정이 생기는 시간을 담아낸 영화며,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임성미의 마스크는 진정 좋은 그릇이다. 여기서 영화는 굳이 새터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 대한 보편적 이야기로 나아간다. 북에서 나와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까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진아의 현실은 우리 주변에 있는 젊은 그들의 삶과 겹쳐진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