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마음을 읽어야 최고의 병원(하)…환자 만족도 조사 활용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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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종합건강진단

병원이 환자의 병을 구석구석 찾아내 치료를 하면서도 스스로는 중병에 걸린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만족도 조사는 말하자면 병원의 병든 곳을 찾아내는 '종합건강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일상에선 보이지 않는 병원 조직의 결점을 고객의 눈으로 평가해서 개선하려고 하는 자기 변혁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지난달에 환자만족도 조사의 기법을 설명했기 때문에 이번 호에는 그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모처럼 환자 앙케트를 실시했다고 해도 이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우선 환자만족도 조사의 효과는 그 자체가 환자들에게 만족을 준다는 사실이다. 병원이 환자의 불만과 의견을 묻는다는 것은 곧 환자를 존중해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 또 이러한 조사가 의사나 병원직원들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환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직원들의 태도 역시 변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과는 반드시 피드백을

문제는 지속성이다. 설문내용을 피드백해서 계속 사업으로 경영에 반영하지 않으면 돈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일본의 한 병원은 환자만족도를 조사해서 그 결과를 외래 게시판에 알리고, 원내 및 원외보에도 싣는다고 한다. '의사의 설명에 대해 65%, 화장실 청결도 80%, 간호사의 친절도 76%' 하는 식으로 대외적으로 계속 알리면 환자들은 대부분 '이 병원은 상당히 양심적이고 환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문제점이 환자의 눈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 접수창구의 친절도에서부터 간호사의 태도, 병원 설비, 병원 배식등 설문항목에 따라 개선해야 할 점이 나타난다. 물론 원장의 진찰태도에 대한 평가가 낮게 나타났을 경우엔 원장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환자의 평가를 향상시키도록 힘써야 한다.

초진환자에게 '앞으로도 이용하고 싶으십니까? ' 또는 ' 친구, 친지에게 저희 병원을 권하고 싶습니까?'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와 같은 질문 항목은 병원의 사활을 결정해주는 훌륭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설문결과에 대한 효율적인 활용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이 직원에 대한 교육. 그러나 여기에는 강요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조건 개선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부서별 목표를 정하게 하고 스스로 민주적인 토의를 통해 방법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직원들 자발적 참여가 관건

또 하나는 벌보다 상에 많은 배려를 하라는 것이다. 환자가 뽑은 우수친절 부서나 개인을 표창한다거나, 환자만족도가 꾸준히 상승하는 부서에는 금일봉을 전달하거나 호봉을 상향조정하는 방식이 조직을 활성화하고 직원의 참여를 높이는데 훨씬 효율적이다. 만일 계열병원이 있다거나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는 병원들이 있다면 함께 설문을 돌려 결과를 비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환자중심의 경쟁력 있는 병원을 추구하자는 것. 의사와 같이 학력이 높은 집단은 역시 변화를 싫어하게 마련이다. 이 경우엔 환자와 의사 양쪽을 함께 설문조사를 해서 그 의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의사의 설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라는 항목에 의사들은 92%를, 환자는 32%만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같은 실상을 보여주고 의사들의 의식개선 등 병원개혁에 동참을 요구하라는 것이다.

'만족'과 '매우 만족'의 차이

또 하나는 환자의 답변이 '매우 만족'이 나올 때까지 노력하라는 것.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우 만족'과 단순한 '만족'과의 차이는 제품의 재구매에서 6배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병원에 대입해보면 초진환자들이 재진(제품의 재구매)으로 연결될 때 '매우 만족'이 갖는 의미는 오히려 일반상품보다 더 높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밖에도 설문조사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도 있다. 직원 친절, 편의시설, 의사의 설명 등 다양한 항목이 제시되고 결과도 다양하게 나오지만 만족도가 낮은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개선점은 아니라는 것.

예컨대 '화장실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떨어져서 이를 개선했다고 해도 이것을 환자의 재진으로 연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의 수준이며, 만족스런 치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치에 얽매이지 말고 환자가 다시 찾는 우선 순위를 파악해서 개선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컨대 의료의 질이나 의사의 태도가 시설이나 간호사의 태도보다는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똑같이 흉내를 낼 수는 없겠지만 앙케트를 환자 유치와 연결시키는 방법도 있다.

한 레스토랑에서 고객만족도를 설문 조사하면서 말미에 '당신이 가장 기쁜 날을 적어보내십시오. 당신의 멋진 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당신을 초대하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고객들은 별 뜻 없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적었고, 레스토랑 측에선 며칠 전쯤 예쁜 카드를 보내 손님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병원의 경우 카드 한 장 보내는 것으로 환자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당신의 귀중한 날 가장 소중한 건강을 체크해 보십시오'라고 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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