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무마 대가로 전·현직 경찰관이 "벤츠 사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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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 자료사진. 연합뉴스

전북경찰청 자료사진. 연합뉴스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전·현직 경찰관들이 고급 승용차와 현금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 심리로 열린 전직 경찰관 A씨와 전북경찰청 소속 B경위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전북에서 벌어진 특정 사건의 관계인을 만나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 낭독을 통해 "A씨는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사실을 B경위에게 이야기했다"며 "이들은 사건 관계인들을 구슬려 돈을 받아내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승용차 안에서 사건 관계인들에게 '사건이 잘 처리되면 벤츠를 사달라'고 이야기했다"며 "관계인들이 B경위에게 '벤츠를 주는 게 맞냐'고 묻자 B경위가 '벤츠 줘도 아깝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사건 관계인들은 현금으로 1억원을 준비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또 검찰은 "관계인들이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A씨는 이에 더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나 B경위는 이들을 찾아가 5000만원을 준비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끝난 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과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혐의 인정 여부는 다음 재판 때 밝히겠다"고 했다. B 경위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청탁을 위해 B 경위와 연결해주는 조건으로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증거 조사와 A씨의 혐의 인정 여부 확인을 위해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4월 8일 열린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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