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이러스 막는 마스크…유해물질 차단엔 도움될까, 더 해로울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16일 마스크를 착용한 홍콩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6일 마스크를 착용한 홍콩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중국에서만 하루 2억 개의 마스크가 생산되는 것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하루 수억 개의 마스크가 사용되고 있다.

中연구팀 "미세 입자 걸러 준다" #英연구팀 "일부 마스크에 중금속" #의료진 등 장시간 착용하는 만큼 #품질기준 강화로 유해성분 줄여야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가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새로운 유해물질을 흡입할 수도 있고, 잘못 버리면 쓰레기 문제와 더불어 마스크 속 유해물질이 용출돼 수질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흡입 막아준다"

미세플라스틱 등 입자를 걸러내는 실험에 사용된 마스크 종류들. [자료:유해물질 저널]

미세플라스틱 등 입자를 걸러내는 실험에 사용된 마스크 종류들. [자료:유해물질 저널]

중국 환경과학아카데미의 환경기준 위험 평가 핵심실험실 소속 연구진들은 최근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한 논문에서 "마스크가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 등 입자 흡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실 내에 진공 펌프로 분당 15L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장치를 설치하고, 흡입구를 마스크로 덮은 뒤 각 마스크가 미세플라스틱을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조사하는 실험을 2시간부터 최대 720시간까지 진행했다.
사람의 호흡을 시뮬레이션한 실험이었다.

우선 2시간 동안 진행한 실험에서 N95 마스크를 통과한 섬유형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25개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수술용 마스크 A를 통과한 섬유형 미세플라스틱은 38개, 수술용 마스크 B는 112개, 면 마스크 92개, 패션 마스크 69개, 부직포 마스크 47개, 활성탄 마스크 153개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 즉 흡입구를 마스크로 덮지 않은 경우는 통과한 섬유형 미세플라스틱이 172개였다.

마스크에 걸러진 미세플라스틱과 입자들. [자료: 유해물질 저널]

마스크에 걸러진 미세플라스틱과 입자들. [자료: 유해물질 저널]

또, 760시간 동안 진행된 실험에서 각 마스크를 통과한 총 입자수는 N95 마스크 4만4853개, 수술용 마스크 A는 14만69개, 수술용 마스크 B는 52만3791개, 면 마스크 30만2242개, 패션 마스크 59만7980개, 부직포 마스크 16만9316개, 활성탄 마스크 18만1017개, 마스크 미착용 112만1316개 등이었다.

연구팀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해 흡입되는 입자를 760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마스크를 재사용하기 위해 소독하면 입자를 걸러내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마스크를 자외선으로 소독해 재사용할 경우는 플라스틱 차단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면 자외선 소독이 낫다고 덧붙였다.

"유해물질 노출 늘어날 수 있다"

중국에 심한 황사가 불어닥친 지난 15일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이 베이징 시내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에 심한 황사가 불어닥친 지난 15일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이 베이징 시내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스완지(Swansea)대학교 공대 연구팀은 최근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마스크가 물속에 들어가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녹아 나올 수 있어 자연 생태계 등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회용 마스크에서 미세입자가 배출되고, 이 입자들이 실리콘 혹은 플라스틱 계통의 섬유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스크가 미세플라스틱 등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마스크 자체도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7가지 마스크 제품을 물(탈이 온수) 1.5L에 4시간 동안 넣고 용출 시험을 진행했다.
용출 실험 후에는 물 시료를 막으로 걸러낸 뒤 막에 남은 입자의 성분을 분석했고, 막을 통과한 물속의 물질 성분도 분석했다.

유해물질 용출 실험에 사용한 마스크. [자료: 워터 리서치]

유해물질 용출 실험에 사용한 마스크. [자료: 워터 리서치]

분석 결과, 모든 마스크에서 마이크로미터(㎛, 1000분의 1㎜)와 나노미터(nm, 1nm=100만분의 1㎜) 크기의 고분자 섬유와 규산 조각이 관찰됐다.

특히, 일부 마스크를 넣은 용출수 속에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납이 L당 최대 6.79 μg(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검출됐다.
또, 카드뮴도 최대 1.92 μg/L, 안티몬은 최대 393μg/L, 구리는 최대 4.17μg/L까지 측정됐다.

이와 함께 나일론(폴리아마이드-66) 성분과 계면 활성제 분자, 염료, 폴리에틸렌글라이콜 등이 물에 용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마스크를 흔들지 않고 단순히 물에 담가놓기만 해도 오염물질이 방출된다"며 "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경우 생물축적도 일어날 수 있어 일회용 마스크를 함부로 폐기한다면  코로나 19 대유행 과정은 물론 이후에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물축적은 먹이사슬 상위의 생물체로 올라갈수록 생물체 내에 중금속 등 오염물질 농도가 수십 배씩 뛰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또 "이번 실험에서 검출된 일부 화학물질의 독성으로 볼 때 일회용 마스크를 매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의료인·노동자·근로자·학생 등의 경우 더 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스크의 제조와 폐기, 재활용에서 더욱 엄격한 품질 기준과 규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