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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농식품 바우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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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요즘 강의하면서 ‘보릿고개’라는 말을 하면 대부분 생전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한다. 올해 들어온 신입생들은 2000년 이후에 출생한 ‘뉴 밀레니엄’ 세대로 풍족한 먹거리를 누려 왔기 때문일 것이다. ‘혼·분식 장려’나 ‘녹색혁명’ 같은 말도 낯설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실로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언론은 생산 과잉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소식을 연일 전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농식품 공급 과잉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각종 통계를 봐도 국가 단위의 농식품 공급량은 분명히 수요량을 초과하는데, 다른 통계는 충분히 잘 먹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를 제기한다. 농식품 산업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먹거리 지원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들을 펴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농식품 바우처’가 대표적이다. 식비 부담을 느끼는 중위소득 50% 이하 취약계층에 채소·과일·흰 우유·달걀 등을 살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한다. 식품 공급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의 ‘건강하게 먹을 권리’를 강화하고 국산 농식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한국은 이런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는 82년 전부터 있었던 정책이다. ‘푸드 스탬프’라는 것으로, 대공황 때 시작해 오늘날 미국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인 ‘보충적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으로 발전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도 유사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어 우리는 되레 늦은 감이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추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이라는 충격파가 오고 있다.

정부는 지역 농산물을 육성하고 지역 내에서 농식품이 유통·가공·소비되도록 하는 푸드 플랜 정책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 국산 농식품의 입지가 줄면 결국 국내 생산기반도 위축된다. 국산 농식품의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만드는 먹거리 지원제도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다소 늦었으나, 농식품 지원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농가들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발 빠른 ‘K방역’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 아닌가. 농식품 지원제도가 우리 농식품의 공급 과잉 문제와 국민의 ‘먹을 권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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