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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땅값 이미 올랐는데…"시세대로 처분" 한다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창원 정부합동조사단장(국무조정실 1차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창원 정부합동조사단장(국무조정실 1차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3기 신도시 투기가 의심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당이득을 차단하겠다면서 토지 강제처분 등의 카드를 내놨다. 하지만 시세대로 처분토록 하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7일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후속 조치 관련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LH 투기 의심 직원 20명의 부당이익 차단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18일부터 LH 직원이 소유한 3기 신도시 토지를 조사한 뒤, 농지법 위반이 발견되면 강제처분절차에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의 무단 휴경(休耕), 불법 임대, 불법 건물 건축 등이 확인될 경우 관할 지자체는 농지 소유주에게 ‘강제 처분’이라는 행정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지자체는 1년 동안 농지 처분 의무를 부과하고, 그 기간에도 처분 또는 성실 경작을 안 하면 처분 명령을 내린다. 그로부터 6개월 후에도 처분이 안 되면 이후부터는 매년 농지 공시지가의 20%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소유주는 1년 반 동안 농지 처분을 미룰 수 있는 셈이다. 만약 농지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 1년 반 이상 처분하지 않으면서 이행강제금을 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신속한 농지 강제처분”이라고 설명했지만, 법은 최소한 1년 반의 유예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 연말부터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강제처분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LH 투기 의심 직원의 농지에서 농지법 위반이 발견돼 강제처분조치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 직원은 시세대로 농지를 매도할 수 있다. 농지 매도 가격에 대한 법 규정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지정 이후 LH 직원들의 농지 가격은 상당히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농지는 해당 지자체에 사는 농업인에게만 매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밭의 모습. 향나무 종류의 묘목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함민정 기자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밭의 모습. 향나무 종류의 묘목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함민정 기자

정부는 LH 내규를 개정해, 직원 20명의 토지 중 강제처분되지 않은 토지는 엄격한 보상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토지는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것)과 협의양도인 택지 보상(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권리로 보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현금으로만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금보상은 보통 공시지가의 1.5배 수준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LH 직원들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소유주는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또 토지의 비정상적인 식재는 보상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무를 너무 빽빽이 심는 등의 행위가 비정상적인 식재”라고 설명했다. LH 직원들의 토지에는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 용버들나무·향나무 등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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