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보여라” “재산공개 했잖아”…경기도의회 전수조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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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투기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도의원 모두 투기를 했다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관계자가 16일 경기도 의회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면서 한 말이다. 경실련 측은 “언론을 통해 경기도의원들의 투기 의심 정황이 드러나고 있으니 도의회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정의당 “전수조사” 촉구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전국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의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수조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실련 측은 이날 “경기도의회는 도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에 착수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번 LH 투기 사건은 공직자들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게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경기도의회 정의당 소속 이혜원, 송치용 의원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회에 "모든 도의원을 전수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경기도의회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도로에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지만, 경기도의회로서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개발 예정지에 땅을 소유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의원과 기초 시의원은 6명이다. 당사자들은 모두 "땅 구매와 업무 관련성이 없다. 투기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경기도 의회 일각에선 “언론의 취재와 경찰 수사에도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의회 전수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재산등록으로 공개” ‘전수조사’ 무용론

'공직자 재산등록' 등을 통해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각 당에서도 전수조사하고 있어 중복 조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면피성으로 현실성 없는 조사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경기도의회 박근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당에서 이미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데 의회 차원에서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미 도의원들의 재산은 공직자 재산등록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민주당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있다면 의회에서 윤리위원회를 열어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전체 의원 141명 중 13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의회 차원의 전수조사는 민주당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경기도의회 전경. 연합뉴스

시민단체 등은 의회 차원의 전수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당 차원 조사의 한계 때문이다. 당 차원의 조사는 자진신고 위주로 진행되고 탈당계를 제출하면 조사 권한도 사라진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의회 의원의 경우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까지 밝혔지만, 곧장 탈당계를 냈다.

경기도의회 정의당 송치용 의원은 "신도시 개발 상당수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고 현역 의원들의 연루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의혹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 중심으로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에서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관계자는 "당 자체 조사보다는 의회 차원에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전수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개발구역에 포함된 부동산과 개발구역 인근 부동산을 모두 조사하고 적발되는 의원은 제명을 포함한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