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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땅 가진 공무원 손들라…성남·평택·김포 등 전수조사

중앙일보

입력

경기 성남시 분당구 LH경기지역본부. 뉴스1

경기 성남시 분당구 LH경기지역본부. 뉴스1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 파문이 커지면서 경기지역 지자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모든 개발 예정지의 투기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개발지가 있는 지자체들로 전수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용인 플랫폼시티, 대토보상 노린 듯한 거래 65건

용인시는 2019년 5월 플랫폼시티(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대 257만7186㎡)가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된 이후 그 일대의 토지 거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2019년 5월 7일부터 올해 1월까지 토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받는 것)을 노린 투기로 의심되는 토지거래가 32필지(1만3202㎡) 65건이 적발됐다. 녹지 지역의 경우 20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에게 대토보상을 하는데 이들은 3~4명이 한 필지를 206㎡ 정도씩 쪼개서 보유했다고 한다.

용인시는 플랫폼시티 토지주 1500명 중 공직자가 포함됐는지도 조사 중이다. 시 전 직원 4361명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56명을 대상으로 이 사업 주민 공람공고가 시작된 지난해 7월 1일을 기점으로 5년 전까지 토지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SK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원삼면 모든 지역 60.1㎢에 대한 투기 조사도 벌이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관련 개발을 담당하는 직원 중에는 개발지에 땅을 보유한 이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모든 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대상을 확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대토보상 물량을 조절하고 원주민과 장기 땅 보유자에게 우선 보상하는 등 보상 세부기준을 마련해 대토보상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플랫폼시티 조성사업 토지이용계획도. 연합뉴스

용인 플랫폼시티 조성사업 토지이용계획도. 연합뉴스

LH 직원이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광명·시흥시는 물론 고양시와 안산시, 부천시, 하남시, 과천시 등도 공직자들의 땅 투기를 조사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광명·시흥시 1차 전수조사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흥시는 이날부터 17일까지 공직자의 토지 취득을 2차 전수조사한다. 3기 신도시 전체는 물론 광명시흥테크노밸리, V-city(미래형 첨단자동차 클러스터), 하중·거모 공공주택지구 등 모든 개발지역이 대상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LH 직원 2명과 시의원이 땅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V-city 부지 1218필지의 최근 5년간 내부 직원의 취득세 명세를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자진 신고와 자체 조사를 통해 공직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땅 보유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평택·김포 등도 전수조사

신도시 예정지가 없는 지자체들도 조사에 나섰다. 대규모 개발이 예정됐거나 신도시와 인접한 지자체들이다. 김포시는 지역 개발지를 대상으로 공직자의 땅 소유 여부를 조사한다. 한강시네폴리스, 풍무역세권 도시개발, 김포고촌지구복합개발, 종합운동장 건립, 사우북변지구 도시개발, 걸포3지구 등이 대상이다. 개발 관련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김포시는 지난 10여년간 각종 도시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돼 온 곳"이라며 "신도시 예정지는 없지만, 업무와 관련된 정보로 토지를 취득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시도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와 경기경제자유구역(현덕지구)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브레인시티의 경우 개발행위 제한지역 고시가 내려진 2009년 1월, 현덕지구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당시인 2008년 5월을 기준으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공직자와 가족이 토지를 보유하거나 거래한 현황을 조사한다.

성남시도 공직자·산하기관 직원 7000여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성남은 LH 경기지역본부가 위치한 곳이고 각종 개발사업이 이어지면서 시민단체들이 먼저 전수조사를 요구했었다. 이에 인근 3기 신도시 예정지는 물론 관내 주요 개발 사업 인근 토지(건물)매입 과정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조사 대상을 판교와 위례 등 개발이 완료된 지역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 시흥 과림동 소재 농지에 보상 목적의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곳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공전협)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토지 투기를 규탄하며 신도시 백지화와 공공주택특별법 폐지를 촉구했다. 뉴스1

지난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 시흥 과림동 소재 농지에 보상 목적의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곳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공전협)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토지 투기를 규탄하며 신도시 백지화와 공공주택특별법 폐지를 촉구했다. 뉴스1

개발구역 지정 취소 요구도 이어져

곳곳에서 의혹은 제기되는데 업무 관련성이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 보니 일각에선 "차라리 개발 사업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명 시흥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57.9%, '부적절하다'는 34.0%였다.

앞서 전국 65개 공공주택지구 토지주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신도시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발지로 수용된 땅은 주변 시세보다 제값을 못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 안 그래도 개발을 반대하는 원주민이 많은데 투기 의혹까지 나오면서 개발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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