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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가 엄마 살인 용의자, 가족극 베테랑 문영남도 막장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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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문영남 작가의 신작 ‘오케이 광자매’. 이광태(고원희), 이광남(홍은희), 이광식(전혜빈) 세 자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상이 담겼다. [사진 KBS]

문영남 작가의 신작 ‘오케이 광자매’. 이광태(고원희), 이광남(홍은희), 이광식(전혜빈) 세 자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상이 담겼다. [사진 KBS]

문영남 작가가 돌아왔다. ‘왜그래 풍상씨’(2019)로 평일 미니시리즈에 도전했던 그가 2년 만에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를 들고 나왔다. 엄마의 피살 사건에 가족 모두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함께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를 표방했다. 13일 첫 회 시청률은 23.5%. KBS 주말드라마 첫 회로는 ‘아이가 다섯’(2016·24.6%) 이후 5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KBS2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 #파격적 설정에 첫회 시청률 23.5% #김순옥·임성한과 드라마 대결

그간 문 작가의 드라마를 살펴보면 미스터리 스릴러는 다소 의외다. ‘조강지처 클럽’(2007~2008)으로 ‘막장 드라마’의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앞서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받은 ‘바람은 불어도’(1995~1996)를 비롯해 ‘장밋빛 인생’(2005) ‘소문난 칠공주’(2006) 등 필력 탄탄한 가족드라마의 장인이기 때문. ‘오케이 광자매’는 한평생 희생해 온 가장 이철수(윤주상)에게 아내는 물론 세 딸 이광남(홍은희)·이광식(전혜빈)·이광태(고원희)가 합심하여 이혼을 요구한 첫 회에 정작 아내이자 엄마가 등장하지 않은 점도 이채로웠다. 이혼 소장과 함께 집을 나간 엄마는 간혹 딸들과 통화를 하긴 하지만 얼굴이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장르물이 보편화하면서 복합장르의 스펙트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문영남 작가는 변화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시대상을 잘 담아내는 것이 강점”이라며 “표현이 다소 과장되긴 하지만 풍자와 해학을 사용하는 데 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주말 핵심 시간대에 소위 ‘막장 트로이카’ 작가들이 한데 모였다. 문영남의 ‘오케이 광자매’는 토·일 오후 8시, 임성한의 ‘결혼작사 이혼작곡’(TV조선)은 토·일 오후 9시, 김순옥의 ‘펜트하우스2’(SBS)는 금·토 오후 10시에 방송한다. 2019년 문 작가의 ‘왜그래 풍상씨’와 김 작가의 ‘황후의 품격’이 맞붙은 적은 있지만 세 사람이 같은 시기에 출격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편성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경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오케이 광자매’와 ‘펜트하우스2’는 웨이브,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지상파 본방송을 보지 않은 젊은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13일 시청률은 ‘펜트하우스2’가 24.8%로 근소하게 ‘오케이 광자매’를 앞섰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넷플릭스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꾸준히 오르며 시즌2 제작 소식을 알렸다.

각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공희정 평론가는 “‘김순옥 작가가 전형적인 선악 대결을 내려놓고 대물림되는 악연을 악과 악의 대결로 그리면서 더 빠르고 더 세진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임성한 작가는 일일극을 주말극으로 펼쳐 놓은 듯한 느린 전개로 답답함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각각 30대·40대·50대인 남자 주인공 모두가 외도하는 설정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윤석진 교수는 “임 작가의 집중력이 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초반에는 겉보기 완벽해 보이는 가족을 보여주고 후반부로 갈수록 이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즌 1에서 촘촘하게 판을 깐 다음 시즌 2에서 보다 높은 강도로 뒤집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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