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눈 안감죠" 18년간 5000번, 매일 놀이기구 타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21.03.14 09:00

업데이트 2021.03.14 11:59

“무서우면 안 되죠. 놀이기구 타는 게 제 일인걸요. 무서울 겨를도 없어요.”

롯데월드 김택돈(45) 대리가 모니터를 통해 아트란티스 운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롯데월드

롯데월드 김택돈(45) 대리가 모니터를 통해 아트란티스 운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롯데월드

놀이기구 타는 게 일인 사람이 있다. 18년 동안 5000번을 탔으니 휴일을 빼고 출근하는 날은 거의 매일 놀이기구를 탄 셈이다. 주인공은 롯데월드 어드벤처 매직아일랜드 어트랙션 기술팀의 김택돈(45) 대리. 김 대리는 놀이기구를 돌보는 ‘의사’다. 김 대리는 어떤 놀이기구를 타도 눈을 감지 않는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진동이 느껴지는지, 기구 주변 안전지대에 위험한 물건 등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며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놀이기구가 하늘로 치솟을 때 극한의 긴장감, 떨어지는 순간의 스릴도 그는 즐길 틈이 없다.

[잡썰(Job說)]①롯데월드 안전 돌봄이 김택돈 대리

놀이기구의 ‘의사’…年 600만명 안전 책임 

아트란티스 트랙 위 센서를 점검하는 김택돈 대리. 사진 롯데월드

아트란티스 트랙 위 센서를 점검하는 김택돈 대리. 사진 롯데월드

한해 600만명이 찾는 롯데월드엔 김 대리 같은 기술 인력 88명이 일한다. 이들의 ‘허락’이 없으면 롯데월드 문은 열리지 않는다. 하루의 시작은 오전 7시. 오전 10시 개점하기 전 매일 기구 점검을 한다. 그는 요즘도 매일 1~2번 놀이기구를 탄다. 한 달에 두 번은 사다리를 타고 32m 상공에도 오른다. 아파트 25층 높이(70m)까지 올라갔다가 시속 94㎞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 타워를 점검할 때다. 하루에 25번이나 놀이기구를 탈 때도 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운휴점검(정밀점검)일에 그렇다.

놀이기구 테스트는 실제 이용 상황에 최대한 맞춘다. 그가 담당하는 ‘아트란티스(최대 시속 72㎞로 트랙 위를 달리는 기구)’는 보통 테스트 땐 1명이 탑승하지만, 좌석에 모래주머니를 고정시켜 정원 8명이 모두 탔을 때와 무게를 비슷하게 맞추기도 한다.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보트 간 거리가 유지되면서 세이프티존에 멈추도록 하는 센서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150초 달리려면 수천 개 부품 완벽해야  

김택돈 대리는 한 달에 두 번은 사다리를 타고 32m 상공에 오른다. 아파트 25층 높이(70m)까지 올라갔다가 시속 94㎞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 타워를 점검할 때다. 사진 롯데월드

김택돈 대리는 한 달에 두 번은 사다리를 타고 32m 상공에 오른다. 아파트 25층 높이(70m)까지 올라갔다가 시속 94㎞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 타워를 점검할 때다. 사진 롯데월드

아트란티스가 670m 길이의 트랙을 150초 동안 격렬하게 달리려면 수 천 가지의 전선과 수 백개의 센서가 완벽하게 작동해야 한다. 놀이공원 개장 후 생기는 이상 징후는 실시간 컴퓨터로 감시한다. 이상 징후가 생기면 즉시 운영을 중단한다. 김 대리는 “꼼꼼한 점검을 통해 안전한 걸 아니까, 그래서 무섭지 않은 것도 있다”고 했다.

아픈 기억도 있다.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고였지만, 이는 안전장치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0년 특허를 받은 ‘안전바 감지 시스템’과 ‘놀이기구 운용 시스템’이 그 결과물이다. 랩 바(허벅지 위를 잡아주는 안전바)가 완전히 내려가지 않거나, 탑승구 앞 게이트 도어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아트란티스는 아예 움직이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했던 지난해는 그에게도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롯데월드를 찾는 발길이 90%나 줄었다. 3초짜리 자이로드롭을 타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도 즐겁게 떠들던 어린이의 웃음소리가 그립다고 했다. 변하지 않은 건 그의 일상이다. 김 대리의 알람시계는 지금도 매일 오전 5시 30분에 맞춰져 있다.

“제가 달라질 게 있나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손님들이 또 오실 테니 그때를 준비하면서 안전을 지키고 있어야죠.”  

그는 오늘도 놀이기구를 탄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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