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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英대사 "언론 자유" 한 마디에···中·英 외교 분쟁 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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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캐롤라인 윌슨 영국 대사는 중국 남동부 샤먼을 찾아 교류 활동을 펼치는 장면을 촬영해 중국 SNS에 올려 네티즌과 소통했다. [웨이보 캡처]

지난 연말 캐롤라인 윌슨 영국 대사는 중국 남동부 샤먼을 찾아 교류 활동을 펼치는 장면을 촬영해 중국 SNS에 올려 네티즌과 소통했다. [웨이보 캡처]

캐롤라인 윌슨(51) 주중 영국대사가 최근 중국 SNS에 올린 언론 자유를 강조한 글이 중·영 외교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윌슨 대사는 전 중국을 누비며 촬영한 영상 Vlog 활동을 하면서 부임 다섯달 만에 많은 중국 네티즌 팬을 확보했다. 중국명으론 우뤄란(吳若蘭) 대사다. 그런 그가 9일 중국 외교부에 초치돼 공식 항의를 받았다.
발단은 지난 2일 윌슨 대사가 주중 영국대사관 공식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에 올린 ‘외국 언론은 중국을 증오하나?’라는 글이다. 그는 영국의 언론 자유를 소개한 뒤 중국 공산당의 언론 압제와 “매체의 성은 당(媒體姓黨)”이라는 구호를 지적했다. 최근 외국 기자를 공격하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가 갈수록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신 기자를 반중(反中) 세력으로 호도한다면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윌슨 대사는 프랑스 르피가로의 좌우명인 “비판이 자유롭지 못하면 찬양도 의미가 없다”를 인용하며 “세계 어디서나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기자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와 바뀌어야 할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 언론 자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글을 맺었다.

캐롤라인 윌슨 영국 대사가 언론자유를 강조한 자신의 글의 공유를 막은 중국 검열 당국의 조치를 캡처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캐롤라인 윌슨 영국 대사가 언론자유를 강조한 자신의 글의 공유를 막은 중국 검열 당국의 조치를 캡처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윌슨 대사의 글은 중국 검열 당국에 의해 곧 공유가 금지됐다. 그러자 윌슨 대사는 위챗에서 공유가 금지된 부분을 캡처한 이미지를 중국에서는 금지된 트위터에 올리며 “누군가는 내 글의 공유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자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의 윌슨 대사 공격이 이어졌다. 중국 외교부도 나섰다. 외교부 유럽국장은 9일 윌슨 대사를 초치했다. 초치 사실을 알린 외교부 발표문에는 “흑백 전도, 이중표준(내로남불의 중국식 표현)으로 농간을 부렸다”며 “서당 훈장 같은 오만과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가득하다”는 원초적 비방이 담겼다. 이어 “제재받은 개별 외국 매체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비방 뉴스와 감시 뉴스를 의도적으로 호도했다”며 항의하고 윌슨 대사의 반성을 요구했다.

9일 중국 외교부에 초치당하고 돌아온 캐롤라인 윌슨 영국 대사가 트위터에 영국에 파견된 중국 대사는 170여 편의 글을 영국 언론에 자유롭게 게재했다며 중국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9일 중국 외교부에 초치당하고 돌아온 캐롤라인 윌슨 영국 대사가 트위터에 영국에 파견된 중국 대사는 170여 편의 글을 영국 언론에 자유롭게 게재했다며 중국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윌슨 대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외교부 초치후 9일 트위터를 통해 “영국에 파견된 중국대사는 영국 주류 언론에 170여 편이 넘는 글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있다”며 자신의 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10일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류샤오밍(劉曉明) 중국대사는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중국과 중영 관계를 소개했다”면서 “외교 인원은 주재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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