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권좌서 내려온 블로킹 여제 양효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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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현대건설 양효진은 12년 만에 ‘블로킹 퀸’에서 내려와 두 언니 경쟁자를 응원한다. [뉴시스]

현대건설 양효진은 12년 만에 ‘블로킹 퀸’에서 내려와 두 언니 경쟁자를 응원한다. [뉴시스]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32)은 11년 연속 ‘블로킹 퀸’으로 군림했다. 2009~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블로킹 1위였다. 개인 통산 블로킹도 1263개(세트 평균 0.827개)로 여자부 역대 1위다. 먼저 데뷔한 선배들을 이미 넘어섰다.

선배 정대영·한송이에 밀려 3위

올해는 12년 만에 여왕 자리에서 내려온다. 팀이 최하위로 처졌고, 개인 성적도 좋지 않다. 올 시즌 양효진의 세트 평균 블로킹 수는 0.517개. 1위 정대영(한국도로공사·세트당 0.718개), 2위 한송이(KGC인삼공사·세트당 0.709개)와 격차가 크다. 양효진이 남은 1경기에서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앙효진은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오히려 11시즌이나 (블로킹 1위를) 해온 게 영광이다. 언젠가는 깨질 걸 알았기에 더는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아쉬운 마침표는 새로운 다짐의 원동력이 됐다. 양효진은 “올 시즌은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벌써 기다려진다. 준비를 더 잘하고 싶다”며 시선을 미래로 돌렸다.

여자 프로배구 블로킹 역사는 양효진의 이름으로 도배돼 있다. 그는 데뷔 6시즌 만에 리그 최초 500블로킹 고지를 밟았다. 이후 모든 최초, 최고 기록을 차례로 갈아치웠다. 통산 블로킹 1200개를 돌파한 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양효진이 유일하다. 남자부 통산 1위 이선규(은퇴·1056개)보다 200개 가까이 많다. 양효진은 “어릴 때부터 블로킹에 애착을 느껴 열심히 했다. 감사하게도 항상 좋은 결과로 보상받았다. 올 시즌 1위는 못했지만 많은 걸 배웠다”며 웃었다.

양효진은 이제 두 선배를 응원한다. 블로킹 1위 정대영이 40세, 2위 한송이가 37세다. 양효진은 “나도 운동선수로서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이다. 몸 관리가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선두 경쟁을 하는 두 언니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박수를 보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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