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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LH수사 의기투합" 홍보하더니…정작 검사 파견은 1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안부 장관,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대검 차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안부 장관,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대검 차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10일 검·경의 협력을 유도하겠다며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실제 추가로 파견되는 검사는 법률자문만을 담당하는 검사 1명뿐이고, 그것도 차명 투기 등을 수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아닌 수사권이 없는 정부합동조사단으로 파견되는 것이다. 그래서 "검·경 수사권 분리로 스텝이 꼬인 정부의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LH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번 사건을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회의다. 정부는 “검·경이 LH 비리를 뿌리째 뽑기 위해 의기 투합했다”고 홍보했다. 회의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절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참석했다.

정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국장과 대검 형사부장 간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국수본은 LH 관련 수사를 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주도하는 조직이다. 정부는 “협의체는 수사진행상황 등 관련 정보를 수시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시·도경찰청-지방검찰청 ▶사건 수사팀-관할 지청 등 각급별로 전담 협의체를 구성해 공조회의도 수시로 연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정부합동조사단장을 맡은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정부합동조사단장을 맡은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창원 정부합동조사단장(국무조정실 1차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의해 정해진 원칙대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검사 파견에 대해선 “부동산 전문 검사 한 명이 더 파견 온다”고 말했다. 파견지는 정부합동조사단이다. 이미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있던 검사 1명에 더해 조사단에 파견되는 검사는 2명이 된다. 최 단장은 “수사는 아니고 법률 지원을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강제 수사권이 있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파견되는 검사는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검·경 협의체에 대해 “수사의 ABC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탁상공론”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여당이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없앴는데 어떻게 수사에 대해 협의를 할 수 있겠나. 검사가 수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수사지휘는 불법’이라고 할 텐데”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사는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번 LH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사장 출신 송인택 변호사도 “경찰 내에서도 자신들의 성과를 위해서 수사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데 경찰이 대검에 사건 기록을 공유나 하겠나.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 여당과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이 결국 책임질 일”이라고 했다. 법률자문 검사 1명 파견에 대해선 “권한이 별로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영장청구와 기소를 담당할 검사가 아니면 수사관여가 될 소지가 높다”며 “국민에게 생색 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 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 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LH 투기 의혹 이후 “신도시 투기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이 수사를 맡으라”는 여론이 커졌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검·경 협력을 언급했고, 이날 회의까지 이어진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대대적 수사이다보니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조정하면서 협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 1명 추가 파견과 관련해선 “상징적 의미”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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