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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안좋지만 맛 좋은 녀석들…‘삼세기’ 대량 인공부화 성공

중앙일보

입력

‘삼식이’는 ‘삼세기’ 못생긴 생김새 보고 붙여진 이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이 삼세기 인공부화 연구에 나선 지 4년 만에 대량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사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이 삼세기 인공부화 연구에 나선 지 4년 만에 대량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사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못생기고 바보 같다는 놀림말로 쓰이는 이름, 삼식이. ‘삼식이’는 물고기 ‘삼세기’의 못생긴 생김새를 보고 붙여졌다. 삼세기는 지방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른데 전라도에서는 삼식이, 경남에서는 탱수, 강원도에서는 삼숙이라 부른다.

 어류 중 가장 못생겼지만, 맛은 좋은 삼세기가 대량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5일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인공부화에 성공한 어린 삼세기 1만 마리가 강릉시 연곡면 동덕리 연구원 어류연구동 지름 5m, 2개 수조에서 자라고 있다. 현재 이 삼세기의 크기는 3㎝ 안팎이다.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은 삼세기 대량인공부화를 위해 2017년 연구에 착수해 4년 만에 성과를 냈다. 지난해 10월 말 고성군 대진 연안해역에서 교미를 마친 암컷 220마리를 확보해, 산란유도 후 80일간의 대량인공부화시험을 거쳐 지난 1월 중순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삼세기, 치어끼리 서로 잡아먹는 어종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이 대량 인공부화에 성공한 삼세기. 사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이 대량 인공부화에 성공한 삼세기. 사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삼세기는 육식성 어류로 치어기에도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어류나 새우류를 먹는다. 부화 초기엔 서로 잡아먹는 ‘공식현상’으로 대량 인공종자 생산이 어려운 어종으로 꼽힌다. 인공부화에 성공한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은 앞으로 공식현상 방지를 위해 먹이를 개발하는 등 최적의 사육환경을 만들어 대량 종자생산 기술을 갖추기로 했다.

 김용석 해양수산연구사는 “삼세기는 부화 초기부터 어린 고기를 잡아먹을 정도로 탐식성이 강해 대량 인공종자 생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치어끼리 서로 잡아먹지 않도록 배합사료와 1㎝의 뚝지 치어를 먹이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최근 TV 프로그램을 통해 맛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명태처럼 크게 줄어든 어종의 대체 식품이 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완전 양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생산량 지난해 기준 370t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수조에서 사육 중인 어린 삼세기. 사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수조에서 사육 중인 어린 삼세기. 사진 강원도수산자원연구원

 삼세기는 우리나라 전 연안과 일본 중부 이북,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의 북태평양에 분포해있다. 수심 50~200m에서 서식하며 10~12월에 산란하는 겨울 산란종이다. 이 무렵 얕은 수역으로 이동해 바위 등에 3000~1만개의 알을 낳는다.

 턱과 머리, 몸에 우툴두툴한 돌기가 나 있고 몸의 앞부분은 원통형에 뒤쪽으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해지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 특징다. 눈이 매우 크고 두 눈 사이가 깊게 파여 있다. 몸길이는 최대 35㎝까지 자란다. 주로 안강망·자망·정치망으로 잡히는데, 살이 연해 매운탕이나 속풀이국에 사용된다. 강릉을 중심으로 동해 북부지역에서는 삼숙이탕, 경남 마산에서는 향토 음식으로 탱수국, 인천 및 강화에서는 삼세기 알젓, 회무침 등으로 자주 소개되는 대표적인 서민 생선이다.

 삼세기의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약 370t, 금액으로 치면 약 11억원에 달한다. 2010년 생산량이 873t(생산금액이 23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현재 ㎏당 위판가격은 2만~3만원, 시중에서는 4만~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엄명삼 강원도환동해본부 본부장은 “대량 인공부화 성공을 시작으로 삼세기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조성을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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