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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투'에 인기끄는 '중개형 ISA'…만능통장에도 주식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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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절세 만능통장'으로 불리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에 때아닌 주식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스스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중개형 ISA'로 몰려가는 조짐을 보이면서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25일 출시한 중개형 ISA에는 3일까지 한 주간 2만5000명 넘게 가입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 경향이 ISA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양상이다.

중개형 ISA. 삼성증권

중개형 ISA. 삼성증권

삼성증권 1주 만에 2만5000명 가입

ISA는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2016년 3월 도입됐다. 한때는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촉망받던 상품이었지만 고객의 무관심 속에 금세 시들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9월 240만명이 넘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말 193만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이 올해 도입된 중개형 ISA다. 종전엔 고객이 자산 배분을 정하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용하는 일임형 등 두 가지만 있었다. 중개형 ISA 계좌에선 기존과 달리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5일 중개형 ISA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2일 상품을 내놨다.

초기 반응은 괜찮다. 삼성증권 상품에는 1주일 만에 2만5168명이 몰렸다. 이 중 70%가 넘는 1만8000여 명은 그동안 삼성증권과 거래한 적 없는 신규 고객이다. 투자 자산의 88.8%는 주식에 집중됐다. 연령대를 보면 40대가 25.9%로 가장 많았고 30대(23.5%)가 뒤를 이었다. 30~40대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50대(21.4%)와 20대(19.4%)도 20% 안팎이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중개형 ISA 응대 전담 부서에만 하루 평균 160통의 문의가 올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 ISA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개형 ISA로 투자자가 몰리는 건 그만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직접 주식 투자로 돈을 불리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며 "예·적금 위주로 운용된 기존 ISA와 달리 중개형 ISA가 금융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를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세제 혜택을 챙길 수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개형 ISA를 통하면 주식 매매 차익은 물론 펀드 등 다른 상품 간의 손익 합산을 통해 200만원(서민형·농어민 가입자 4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펀드에서 1000만원 이익을 보고, 주식으로 800만원 손실을 본 경우 수익이 200만원이라 과세하지 않는다. 비과세 한도를 넘는 차익은 분리 과세(9.9%)한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30대와 본격적인 금융 자산 투자가 이뤄지는 40대의 가입이 늘어난 것은 절세 혜택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ISA 유형별 특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ISA 유형별 특징.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손익 합산…200만원까지 비과세 

당분간 중개형 ISA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주식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세금 메리트가 있고, 2023년 도입되는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대비용 절세 계좌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지금 당장 투자 자금이 없더라도 미리 계좌를 만들어두면 나중에 납입 한도를 이월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에 보유하던 일임형·신탁형 ISA를 중개형 ISA로 바꾸려는 수요도 있다.

반면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식 투자만 하는 경우와 비교할 땐 큰 유인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상장 주식 투자는 대주주(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가 아니면 내년까지 양도소득세가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만원 비과세가 도움은 되겠지만, 주식 투자 대비 강력한 인센티브는 아니다"라며 "큰 인기를 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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