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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싸움 시작하겠다"…성전환 뒤 강제전역 故변희수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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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연합뉴스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연합뉴스

"제가 커밍아웃해 성별 정정을 결심한 그때의 마음가짐,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 옆에서 응원하는 군 동료와 친구들, 성소수자들, 변호인단과 함께 다시 이 싸움을 시작하려 합니다."

3일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해 8월 법원에 전역처분 취소소송을 내며 밝힌 입장이다. 변 전 하사는 창군 이후 처음으로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수술(성확정수술)을 받은 인물이다.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서 육군 전차조종수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심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지난 2019년 11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귀국 후 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군 병원에서 '3급 심신장애' 판정을 받게 된다. '고환 양측을 제거한 자'를 3급 심신장애로 분류한 국방부 심신장애자 전역규정에 따른 것이다.

변 전 하사는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하고, 여군으로 군 복무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육군은 규정대로 변 전 하사를 전역심사위원회에 넘겼고 지난해 1월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통해 강제 전역 판정을 내렸다. 군 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였다.

전역 뒤인 지난해 2월 법원은 변 전 하사가 낸 성별 정정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변 전 하사는 여군 재입대를 위해 전역처분 인사소청과 행정소송 등을 추진할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낸 인사소청은 5개월 뒤인 지난해 7월 기각됐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한편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육군참모총장에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지만, 육군은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일 소방당국은 변 전 하사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변 전 하사의 시신을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상당 시간 경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군으로 나라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던 변 전 하사의 꿈도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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