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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거든 김진욱 "수사·기소권 분리되면 공소유지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뉴스1

2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뉴스1

여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사·기소권 분리와 이를 통한 검찰 수사권 박탈 움직임에 대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일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검찰 개혁론을 작심 비판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일부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처장은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게 되면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 사건일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처장은 “공소 유지가 제대로 안 되면, 무죄가 선고되어선 안 되는 사건도 무죄가 나올 수 있다”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관훈포럼선 “갑자기 제도 바뀌면 혼란”

지난달 25일 관훈포럼에서도 김 처장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강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가 안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갑자기 제도가 확 바뀌어버리면 시민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유의해서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려는 것과 관련해선 “국민 입장에선 자신의 사건이 어디에서 처리되는지 헷갈리고 불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직 걸고 막을수 있다면 100번 건다”

김 처장이 관훈포럼에 이어 이날도 관련 입장을 밝힌 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수사·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비판한 데 따른 반응이다.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건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강조했다.

2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2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검찰개혁 이론가 김인회, “시기·방법 잘못”

법조계 전반에서도 여권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강행에 반대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현 정부 검찰 개혁의 이론가로 꼽히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중앙일보에 “시기와 방법이 모두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는 김 처장과 비슷하다. 개혁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중수청을 만들 경우 수사기관 난립에 따라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장기적 목표에 동의했다. 여권 내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목표에 동의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고 중수청 신설도 좋지 않은 대안이다”라고 밝혔다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권은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청(SFO)를 모델로 중수청을 신설해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하지만, SFO의 설립 취지는 정반대”라며 “1970~1980년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 영국의 기존 제도로는 중대 범죄에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만든 게 SFO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제도 개혁을 추진한다는 비판이다.

박준영 변호사 “순수하지 않은 의도”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서 활동하다 중도 하차한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수청 신설을 밀어붙이는 일부 의원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음을 국민이 아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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