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임신초기에 결정된다

중앙일보

입력

임신 10주면 태아가 왼손잡이인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소한 세 살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일반적인 학설과는 사뭇 어긋나는 것이다.

영국 북아일랜드 퀸스 대학의 피터 헤퍼 박사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임신 10주에 태아가 왼손을 빨면 왼손잡이, 오른손을 빨면 오른손잡이가 된다고 밝혔다고 BBC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헤퍼 박사는 오른손 엄지를 빤 태아 60명과 왼손 엄지를 빤 태아 15명을 지켜 본 결과 10-12세가 되었을 때 오른손을 빤 태아는 60명 모두 오른손잡이였고, 왼손 엄지를 빤 태아는 3분의 2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헤퍼 박사는 또 임신 15주의 태아를 관찰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오른손 엄지를 빨았다고 밝히고 이는 일반 인구의 오른손잡이 비율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퍼 박사는 임신 초기에 태아는 두 손 중 어느 한 쪽을 더 쓰기 시작한다고 밝히고 임신 10주면 태아가 손을 빨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되고 대부분의 태아는 왼손보다는 오른손을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헤퍼 박사는 임신 10주 태아의 움직임은 뇌나 의식의 통제에 따른 것이 아니고 척수신경이나 근육의 통제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뇌로부터 신경이 신체에 연결되는 것은 임신 20주가 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이 왼손 또는 오른손잡이가 되는 것은 뇌의 발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헤퍼 박사의 연구결과는 왼손-오른손잡이 결정이 뇌가 신체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기 훨씬 전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헤퍼 박사는 뇌가 태아의 움직임을 조종한다기보다는 태아의 움직임이 뇌의 발달에 어떤 방법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런던 대학의 발달생물학자 스티븐 윌슨 박사는 태아의 움직임이 반드시 뇌의 비대칭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면서 헤퍼 박사의 연구결과에 회의를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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