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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송 끄고 내편 찾아 삼만리…‘코로나 블루’가 선거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꺽이지 않는 가운데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코로나19 사태에다 부동산값 폭등 등 각종 현안이 터지면서 야권의 보궐 선거 풍경도 이전과 달라진 전망이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꺽이지 않는 가운데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코로나19 사태에다 부동산값 폭등 등 각종 현안이 터지면서 야권의 보궐 선거 풍경도 이전과 달라진 전망이다. 중앙포토

‘코로나 블루’(Corona+Blue: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가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풍경과 후보자측 전략을 바꿔놓고 있다. 지역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하는 대중 유세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에 부동산 문제까지 겹쳐 유권자 한숨이 깊어지면서 신나는 로고송을 틀어놓는 떠들썩한 유세도 언감생심이다.

반면 각 선거 캠프의 조직력 싸움이나 TV토론 등을 통한 ‘언택트(untact: 비대면) 차별화’가 당락을 가를 요인으로 떠올랐고, 야권 주자들도 선거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민 경선? 결국 내편 싸움”

이번 야권 단일화의 핵심 키워드는 ‘시민 경선’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3월 2~3일 진행되는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뽑는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 승자가 벌이는 최종 단일화도 100% 여론조사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말이 100% 여론조사지, 후보 간 조직력 싸움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후보와 시민들의 접점이 줄어들면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거나 주변을 독려하는 ‘적극 지지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싸움이 부각됐다는 얘기다.

나경원 전 의원은 22일 오전 국민의힘 여성정치아카데미 최미영 회장 등 여성 유권자 1000여 명의 지지선언식에 참석했다. 나경원 전 의원 측 제공

나경원 전 의원은 22일 오전 국민의힘 여성정치아카데미 최미영 회장 등 여성 유권자 1000여 명의 지지선언식에 참석했다. 나경원 전 의원 측 제공

오세훈 전 시장은 21일 70여개 중도우파시민단체 대표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았다. 오세훈 전 시장 측 제공

오세훈 전 시장은 21일 70여개 중도우파시민단체 대표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았다. 오세훈 전 시장 측 제공

이 때문에 유력 주자들도 ‘우군 찾아 삼만리’에 한창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과거 서울시 운영에 참여한 측근들을 중심으로 ‘실무형’ 캠프를 꾸렸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서울 지역 당협위원회나 시민단체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오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실제 4월 7일 선거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투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조직 동원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당 안팎에서 “대선주자급 캠프를 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직 의원, 구청장은 물론, 지난 8일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현 과기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전 장관 등이 캠프에 합류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선거용 조직이 아니라, 당장 서울시 운영도 할 수 있을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에는 제3세력전국연합 등 70여개 보수 시민단체가 오 전 시장을, 22일엔 여성정치아카데미 최미영 회장 등 여성 유권자 1000여 명이 나 전 의원 지지를 선언하는 등 두 후보의 세 대결도 본격화됐다.

국민의힘에 비해 당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안 대표에게 조직력 싸움은 약점이 될 수 있다. 대신 안 대표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이나 당 외곽 조직을 공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안 대표는 앞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마포 포럼’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안 대표 측은 “요즘은 국민의힘 79세대(70년대생, 90년대 학번) 인사들을 중심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대결로 넓히면 야권의 조직력은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취약하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개 구청장이, 서울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 민생당 1명)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보궐 선거는 통상 투표율이 낮은 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쳤기 때문에 조직력이 달리는 야권 입장에선 절대 쉬운 선거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로고송 끄고, ‘핫스팟’ 찾기 주력

대규모 인파, 선거 후보들의 로고송 등으로 대변되는 선거 풍경은 이번 4월 7일 보궐 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선거를 준비하는 야권 서울시장 선거 주자들의 캠프 분위기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중앙포토

대규모 인파, 선거 후보들의 로고송 등으로 대변되는 선거 풍경은 이번 4월 7일 보궐 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선거를 준비하는 야권 서울시장 선거 주자들의 캠프 분위기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중앙포토

코로나 블루는 주자들의 행보 뿐 아니라 선거 캠프 분위기도 바꿔놨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 캠프를 “톡 캠프”라고 부른다고 한다. 캠프 사무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대신, 주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캠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 측은 “기획팀, 메시지팀, 현장팀 등이 각자 카톡방에서 아이디어 등을 공유해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 캠프에서는 ‘웹캠 회의’가 한창이다. 선대위 회의를 대부분 화상 회의로 대체한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고려해 선대위 임명장도 종이 대신 온라인 임명장으로 대체했다. 유튜브 영상이나 현장 사진 촬영 등도 선대위 조직보다는 대학생 등 자발적 서포터즈의 도움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조직이 곧 선거 캠프인 안 대표는 ‘언택트 메시지 정치’에 주력하고 있다. 매주 안 대표가 직접 당 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문(反文) 정서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초 정계에 복귀한 뒤 계속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도 메시지 창구로 활용한다.

코로나19, 부동산 사태 등으로 침체된 서울 분위기 속에 야권 후보들은 "로고송을 트는 떠들썩한 유세는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손사레를 치고 있다. 사진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 23일 경기도 평택의 한 선거차량 제작업체에서 선거차량을 제작하는 모습. 중앙포토

코로나19, 부동산 사태 등으로 침체된 서울 분위기 속에 야권 후보들은 "로고송을 트는 떠들썩한 유세는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손사레를 치고 있다. 사진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 23일 경기도 평택의 한 선거차량 제작업체에서 선거차량을 제작하는 모습. 중앙포토

유세 분위기도 확 달라질 전망이다. 유세의 ‘꽃’으로 불리는 로고송은 몸값이 낮아졌다.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 안 대표 측 모두 “로고송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침체한 서울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다.

지지자들을 대거 대동하는 ‘세몰이 유세’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오 전 시장은 유권자를 1인 가구, 저소득층 청년 등 소규모로 세분화해 접촉하는 ‘조용한 유세’ 전략을 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서울을 훑는 그물망 유세 대신 ‘핫 스팟’(hot spot) 공략에 나섰다. 노원구에서 교육 공약을, 금천구에서 교통 정책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의사 면허가 있는 안 대표는 ‘나 홀로 의료 지원’에 나서곤 한다. 안 대표는 지난달에 이어 설 연휴인 11일에도 방호복을 입고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체취 활동을 했다.

“결국 이름값 선거” 네거티브 활개 전망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서울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서울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군소 후보들이 극적 반전을 노리기 어려운 분위기 탓에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는 결국 이름값 싸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4월 7일 보궐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후보 간에 네거티브 공세가 활개 칠 거란 분석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에서는 후보 간 비방전이 심해지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네거티브 공세는 언제나 있었지만, 유세나 대중 접촉이 제한된 이번 선거에선 막판 네거티브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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