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 여성운전자 불러 세워 "문신 가리라" 훈계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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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단속 업무 중인 교통경찰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도로에서 단속 업무 중인 교통경찰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경찰관이 여성이 운전하는 차량을 신호 위반으로 불러 세웠다가 문신을 가리라고 훈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한 교통경찰관은 30대 여성 운전자가 운행하는 차량을 서울 종로구 지하철 6호선 창신역 인근 도로에서 단속했다. 신호위반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운전자가 황색 신호에서 주행했지만 신호위반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교통경찰관은 운전자에게 '경찰 앞에서는 문신을 가리고 다녀라. 단속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운전자가 '단속해 보라'며 반발하자, 교통경찰관은 실제 단속을 하지 않고 운전자를 보내줬다.

이 운전자의 오른팔 손목에는 7cm 크기의 동물 모양 문신이 있다. 경범죄처벌법상 공공시설에서 문신을 고의로 드러내 혐오감을 주면 1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 과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운전자는 자동차 안에 있는 상황이어서 이 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운전자는 남성인 교통경찰관이 자신을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올해부터 몸에 문신이 있어도 내용상 문제가 없고 옷 밖으로 노출되지 않으면 경찰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근 인사 채용 규정에서 문신 제한을 완화했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상황에서 교통경찰관이 자동차 안에 있는 시민의 문신을 지적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배들이 문신으로 위협하는 경우 경범죄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단속 과정에서 경찰관이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고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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