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찬물욕조서 숨진 9살…계모 징역 12년, 2배 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12:00

업데이트 2021.02.23 12:32

욕조 이미지. [pixabay]

욕조 이미지. [pixabay]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 욕조에 찬물을 받아 9살 아들을 가둬 숨지게 한 계모 A씨가 징역 6년형이 부당하다고 항소했다가 징역 12년형을 받았다. 계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피해 아동의 친부는 “아내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은 “친모의 의사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형을 감경하는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생이 이상해” 친딸 만류에도 무자비했던 계모

A씨는 재혼한 남편과 아이 4명을 기르고 있었다. 이 중 3명은 A씨의 친자식이었지만 피해자인 B군은 재혼한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이였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사·육아 분담 등으로 인한 부부 불화가 쌓이자 A씨의 B군에 대한 증오는 커졌다.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려 두 차례 아동보호사건 송치 처분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집 밖은 영하 3도의 추운 날이었던 2019년 1월, A씨는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고 어린이용 욕조에 찬물을 받았다. B군이 잠들어있는 동생들을 깨우며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을 주기 위해서였다. 팬티만 입은 B군은 차가운 물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을 떨며 나오려고 했지만 A씨는 “말을 잘 들어야 나오게 해주겠다”며 겁을 주고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A씨의 큰딸이 “B가 평소와 다르다, 욕조에서 나오게 하자”고 엄마를 말렸다. A씨는 “1시간만 더 한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B군이 찬물 욕조에 감금된 지 두 시간쯤 흘렀을까. B군은 결국 저체온증으로 숨지고 말았다.

1심 징역 6년→2심 징역 12년, 늘어난 형량은 왜

아동학대치사·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지적장애를 가진 B군을 더 잘 보살펴야 할 A씨가 아이에게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줬다”면서도 A씨의 상황을 양형에 다수 참작했다.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네 아이를 양육하며 쌓은 스트레스로 판단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이다. 또 A씨가 B군을 괴롭힐 의도로 학대했다기보다는 벌을 주려는 목적에서 범행을 벌였다고 봤다. B군의 아버지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A씨는 징역 6년이 너무 무거운 벌이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은 오히려 A씨에게 1심 형량의 두 배인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A씨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징역 6년~징역 11년 6월)을 다소 넘는 형량이다.

항소심은 “피해자는 자신을 양육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으로부터 잔혹하게 학대당한 끝에 차가운 물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짧은 생을 마쳤다”며 A씨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A씨가 오랜 기간 육아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은 일부 범행 동기로 참작하더라도 1심이 A씨에게 선고한 징역 6년은 너무 가볍다고도 했다. B군의 아버지가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점은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B군 친모의 의사는 확인되지 않는 등 실질적인 처벌불원 감경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를 옳다고 보고 확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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