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하는 소년가장 많은데···15~19세 일자리 역대 최대 급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재 고1입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고 용돈도 적어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려 여러 곳에 전화를 해봤는데 어려서 안 된다고 그러네요”
“사회 경험을 갖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가 요즘은 힘든 시기라 정말 생계가 아슬한 분들을 위해 그만두었어요”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위와 같은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일자리 얻기가 힘들거나, 일을 그만두었다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10대 청소년들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대(15~19세) 고용률도 급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0대(15~19세) 고용률도 급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5~19세 취업자는 16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18.2%)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 인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졌던 2018년(4만2000명) 다음으로 가장 많고, 감소율은 역대 최대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가 0.8%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유독 15~19세 인구의 일자리 타격이 두드러진다.

올해 1월에는 고용 사정이 더 나빠졌다. 지난해 1월 대비 취업자 감소 인원은 5만9000명, 감소율은 28.8%로 둘 다 역대 최대다. 10대 일자리가 거의 10개 중 3개꼴로 사라진 셈이다. 고용률도 지난해는 6.6%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낮아졌고, 올해 1월에는 6.2%로 지난해 1월(8.1%)에서 거의 2%포인트나 급감했다.

사라지는 10대(15~19세) 일자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사라지는 10대(15~19세) 일자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여기에는 10대 후반 인구가 줄어든 인구 구조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15~19세 인구 감소율은 7.6%다. 해당 연령대의 취업자 감소율(18.2%)보다 훨씬 낮다. 인구 감소 외에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주범’으로 꼽힌다. ‘2019 경제활동인구연보’를 보면 15~19세 취업자의 79.3%는 임시ㆍ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주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알바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이달 아르바이트 구직자 47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5%가 ‘코로나19 이후 알바 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대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대면 서비스업종의 일자리가 줄어든 여파도 크다. 15~19세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일하는 곳은 도소매ㆍ음식·숙박업(60.6%)인데, 지난해 일자리가 증발한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다른 연령대보다 업무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간 근속이 힘들다는 점도 고용 시장에서 배제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고용주는 청소년이 성인과 비교해 일이 서툴고 책임감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마당에 같은 임금을 준다면 성인을 쓰겠다고 생각한다. 또 감원을 할 때 가족이 있는 40~50대보다는 10대를 내보내는 것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전반적인 고용 여건이 회복될 때까지 청소년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15~19세 중에는 소년·소녀 가장으로 스스로 생활비와 학자금을 마련하려는 학생들도 많다”며 “청소년이 일할 기회가 줄면서 이들은 더 낮은 임금, 더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