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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코로나 시대, 에어비앤비의 위기 극복법

중앙일보

입력

‘여행 가뭄’ 시대에 턴어라운드 성공… 근거리여행·장기투숙 프로그램 등 각광

‘온라인 체험 서비스’로 여행은 계속 된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숙박 예약이 줄어들자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출시해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쳤다. / 사진: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숙박 예약이 줄어들자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출시해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쳤다. / 사진:에어비앤비

요리 블로그와 유튜버를 운영하는 박호근씨는 지난 7월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호스트로 선정됐다. 이전까지 박씨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영어 쿠킹클래스를 열곤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발길이 뚝 끊긴 터였다. 이용자들은 에어비앤비에서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고, 화상플랫폼 줌(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요리 체험을 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4월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글로벌 출시했다. 코로나19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호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줌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온라인 콘텐트 기획과 녹화를 도와주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온라인 체험은 전통음식 쿠킹클래스부터 ‘양과 함께하는 명상’이나 ‘중세 흑사병 의사와 함께 떠나는 프라하 탐방’ ‘세계 최고의 커피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하고 흥미롭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5월 대규모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7500여명 직원 가운데 1900여명에 대해 일시적인 정리해고 계획을 밝혔다. 브라이언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로 전 세계 여행이 중단되면서 우리는 일생 중 가장 참혹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7500명 중 1900명 정리해고 위기 겪어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전광판에 표시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 사진:에어비앤비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전광판에 표시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 사진:에어비앤비

여행객이 급감하며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3억2548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5억8321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임직원의 임금 삭감과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위기를 타계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전체 직원 25%의 해고조치가 불가피했다. 연내 상장을 위해 2020년 4월 중 예정됐던 기업공개(IPO)는 무기한 연기됐고, 항공수송과 영화제작 등 비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도 전면 철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유경제’의 성공모델인 에어비앤비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였다. 전 세계 관광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개인의 집을 빌리는 공유숙박의 특성상 대형 호텔 체인에 비해 방역에 취약할 것이라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됐다. 업계에선 “에어비앤비의 성공신화는 여기까지”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위기는 길지 않았다. 2020년 3분기 영업이익 4억1873만 달러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한 차례 연기 후 12월 이뤄진 미국 나스닥 상장은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대박’을 쳤다. 이는 글로벌 1위 호텔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420억 달러)과 2위 힐튼월드와이드(290억 달러)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도 큰 수치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에 비해선 다섯 배나 큰 규모다. 에어비앤비 주가는 더욱 급등해 1월 현재 시총이 1130억 달러에 이른다.

위기 속에서도 에어비앤비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체험을 론칭한데 이어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에는 뉴욕·파리 등 누구나 선망하는 대도시 여행과 숙소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이용자가 사는 지역 인근의 숙소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플랫폼의 단거리 여행(50마일 이하)과 중거리 여행(50~500마일)의 예약 건수는 2020년 6~9월 내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특히 휴가철인 7월엔 단거리 여행(430만 건)과 중거리 여행(1460만 건)의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0%, 21.0% 늘었다.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1월 15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여행 판도가 영원히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행객들은 더 이상 (뉴욕)타임스스퀘어를 동경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유명 관광지보다는 소도시를 선호하고, 친구나 가족 방문이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트렌드에 독채 형태 숙소 인기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며 다른 지역에서 장기간 투숙하는 방식도 각광받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28일 이상의 장기투숙 예약 건수가 늘자 아예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장기투숙 예약은 지난해 5월 460만 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9월 기준 54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체스키는 앞으로 ‘디지털 유목민’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영상회의를 통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이 한 도시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예전에는 일 때문에 여행을 많이 하고, 스크린(화면)을 통해서는 즐거움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면서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며 “비대면 트렌드가 지속되는 것 또한 독채 형태의 숙소가 대부분인 에어비앤비에게는 호재”라고 말했다. 국내 한 호텔 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여행에 대한 갈증은 더 심화됐다”며 “에어비앤비가 이러한 틈새를 발 빠르게 파고든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2021년 여행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비즈니스 출장보다는 가족과 친구를 방문하기 위한 여행을 우선시하고 있다. 여행객의 약 56%가 ‘국내 또는 현지 목적지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5명 중 1명은 ‘목적지가 자택에서 운전 가능한 거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여행자의 51%가 ‘주요 관광지가 아닌 지역사회에 더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더라도 당분간 인기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체스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중 여행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여행”이라며 “이들을 만나는 것이 앞으로 수년 동안 에어비앤비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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