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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긴 벽돌, 수억에 팔리자 "역겹다"…뱅크시 그림에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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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영국 노팅엄에 설치된 뱅크시의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영국 노팅엄에 설치된 뱅크시의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뱅크시가 지난해 10월 영국 노팅엄의 한 건물 벽에 남긴 그래피티 작품 '훌라후프를 하는 소녀'가 통째로 뜯겨져 판매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뱅크시가 작품을 남긴 건물의 건물주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벽을 뜯어내 미술수집가 존 브래들리에게 작품을 판매했다. 판매 금액은 '6자리 숫자'라고 밝혔다. 최소 10만 파운드(약 1억5000만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브래들리는 "그 자리에 벽화를 보관했다면 2년 안에 작품은 손상돼 사라졌을 것"이라며 "작품을 잘 보관했다가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뱅크시의 작품은 예술작품을 훼손하는 이른바 '반달리즘'과 도난의 표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지역에선 그림이 팔려버린 데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노팅엄시 대변인은 "벽화를 보존하기 위해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고도 했지만, 뱅크시 측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희망했다"며 "그러나 우리도 알지 못하는 새 팔려버려 허탈하다"고 밝혔다.

로라 로저라는 시민은 "역겨운 일이다. 그것은 노팅엄 시민을 위한 예술품"이라며 ""그것은 갤러리에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다. 거리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것은 이곳에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브래들리는 "사람들은 그것을 노팅엄 시민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작품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쉽지만 누가 관리비용을 지불하고, 유지비·보안비·보험비·복구비를 책임질 것인가"라고 답했다. 그는 향후 전시 등을 위해 해당 작품이 노팅엄으로 다시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뱅크시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그라피티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풍자적이고 파괴적인 거리 예술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 '풍선과 소녀'는 소더비 경매에서 15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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