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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3조3000억 규모 신주 발행…할인율 등 따져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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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14면

실전 공시의 세계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약 3조3000억원에 이르는 신주 발행(주주배정 유상증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 운영 자금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 시작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작업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경영이라는 큰 그림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인데요,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의 자회사(지분율 63%)로 편입됩니다.

아시아나 인수 위해 유상증자 #예정 가격은 주당 1만9100원

대한항공은 오는 6월 말까지 신주 대금을 아시아나항공에 납입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미 3000억원을 선납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유상증자 대금이 다음 달 중순 들어오면 다시 4000억원, 그 이후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지분인수) 승인이 나면 6월 말까지 나머지 8000억원을 납입하고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받을 예정입니다. 신주 발행 몇 달이나 전에 대여금 형식으로 이렇게 선납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사정이 빡빡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주는 기업이 신주를 발행할 때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습니다. 신주인수권은 주주의 기본 권리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할 때 주주배정 증자를 가장 먼저 고려하되, 정관에 미리 정해놓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제3자 배정 증자나 일반공모 증자를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할 경우’라는 정관상의 조건에 따라 대한항공이라는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주주배정 증자를 할 때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증서를 발행해 줍니다. 유상증자 공시를 읽어보면 이 증서를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거래가 가능토록 한다는 문구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자에 참여하기 싫은 주주들은 증서를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팔면 되고, 기존 주주가 아니어서 신주인수권이 없는 사람 가운데 신주를 받고 싶은 사람은 증서를 매입하면 됩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증서를 상장합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주가 흐름을 봐가며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을 확정해야 합니다. 현재 예정 발행가격은 1만9100원입니다. 아울러 지난 16일 상장된 신주인수권증서는 5영업일(2월22일까지)동안 거래됩니다. 증서의 거래 종가는 16일 8460원, 17일 7980원이었습니다. 증서 가격은 기본적으로 대한항공 주가와 신주 발행 예정가격 간 차이 내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예컨대 16일 대한항공 주가(종가)는 2만9100원으로 신주 발행 예정가격인 1만9100원과는 딱 1만원 차이가 납니다. 만약 투자자 박씨가 이날 증서를 1만원에 샀고, 나중에 회사로부터 1만9100원에 신주를 받는다면 신주 1주에 모두 2만9100원을 들인 셈이 됩니다. 이날 주가와 똑같은 겁니다.

1만9100원은 아직은 예정가격이어서 확정가격은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주가 역시 매일 변하기 때문에 증서 매입자는 이 리스크를 부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6일의 증서 시장가격은 차이(1만원) 이내에서 형성된 겁니다. 다음 날인 17일 대한항공 주가는 종일 약세를 보이다 2만8550원에 마감했습니다. 증서도 그 영향을 받아 종가는 전날보다 하락한 7980원이 됐습니다. 투자한 기업이 유상증자를 한다면 투자자는 신주발행 물량이 과도해 기존 주주들 지분가치를 하락시키지는 않는지 살피면서 신주인수권 증서의 상장 여부나 증자 목적, 신주 발행가격에 적용되는 할인율 등도 꼼꼼히 따져 득실을 가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글로벌모니터 대표다.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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