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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3000억 규모 교환사채 발행…재무구조 개선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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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16면

실전 공시의 세계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티몬도 연내 코스닥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티몬은 일반적인 상장 절차를 밟기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적자를 내고 있고, 2020년 말 기준으로 자본완전잠식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적자나 자본잠식이어도 상장할 수는 있습니다.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인정받는 이른바 ‘특례상장’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티몬이 처해있는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코스닥 상장 전 지분 매각한 셈 #대주주 유상증자 참여, 자본 늘어

쿠팡은 미국 증시 공모자금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겁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도 커머스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 확실합니다.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온라인몰 쓱닷컴을 출범시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옥션과 G마켓 운영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롯데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몬이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려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신사업을 발굴하고 투자할 만한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티몬은 “교환사채(EB)를 활용해 3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Pre-IPO(상장 전 지분 일부 매각)를 한 셈”이라고 말합니다. 가끔 전자공시에 어떤 기업이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내용이 뜹니다. 최근 몇달 새에도 엠에스오토텍·글로벌택스프리·카카오·한진칼 같은 기업들이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장기업 A사는 자기주식(자사주) 50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A사가 100만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합니다. 투자자(채권 인수자) B에게 “원하면 채권원금 100만원을 A사 주식으로 교환해 주겠다”며 “교환기준가격은 주당 10만원으로 한다”는 조건을 내겁니다. B는 채권원금을 A사 주식 10주로 교환(100만원/교환가격 10만원)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A사 주가가 나중에 15만원이 된다면 A에게 10주 교환을 청구해 주당 5만원(15만원-10만원)의 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교환가격(10만원) 아래에서 계속 맴돈다면 B는 채권이자를 받다가 만기 때 원금을 회수하면 됩니다. 교환대상 주식은 꼭 발행회사 자기주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A가 자기주식 외에 Y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Y사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업체 엠에스오토텍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지난 24일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250억원 교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교환대상은 자회사 지분(명신 보통주, 교환가격 주당 4만5000원)이었습니다. 한진칼은 지난해 말 대한항공 지분을 교환대상으로 3000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인수했습니다.

티몬과 관련한 3000억 교환사채 발행방식은 조금 복잡한데,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교환사채를 발행한 주체는 티몬의 대주주입니다. 교환대상은 티몬 주식입니다. 교환사채 투자자는 티몬이 상장할 때 투자원금을 티몬 주식으로 교환해 차익을 얻는 게 목적입니다. 티몬 대주주는 교환사채 발행자금으로 티몬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합니다. 이렇게 해서 티몬의 자본이 늘어나면 재무구조가 이전보다는 좋아집니다. 동시에 미래 투자자금도 확보하는 겁니다. 일각에서 “티몬이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교환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틀린 이야기입니다. 티몬은 교환사채를 발행할 만한 자기주식이 없습니다. 아울러 교환사채는 원리금 상환의무를 안고 발행하기 때문에 부채이지, 자본으로 분류할 수도 없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글로벌모니터 대표다.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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