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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자락 하얀 눈밭, 살포시 밟아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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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관령은 마지막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특히 해발 1000m 고지대에 자리한 목장이 겨울 진경을 만끽하기 좋다. 하얀 산, 청명한 하늘,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광이 눈부시다. 지난 4일 삼양목장에서 때 묻지 않은 설경을 만났다. 최승표 기자

대관령은 마지막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특히 해발 1000m 고지대에 자리한 목장이 겨울 진경을 만끽하기 좋다. 하얀 산, 청명한 하늘,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광이 눈부시다. 지난 4일 삼양목장에서 때 묻지 않은 설경을 만났다. 최승표 기자

입춘도 지났고 우수도 지났다. 남도에는 매화가 피었고 개구리 산란 소식도 들려온다. 봄인가 싶었는데, 겨울이 보내는 작별 인사인 양 춘설이 세상을 덮었다.

목장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트랙터 마차 타고 양떼 체험 #평창 올림픽기념관 둘러보고 #황태국·오삼불고기로 마무리

겨울의 마지막을 담으러 대관령에 올랐다.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잇는 고개 대관령은 1년 중 절반이 겨울이나 다름없다. 대관령에서도 겨울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곳이 목장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목장에서 파도처럼 일렁이는 하얀 산줄기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린다. 마침 대관령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리는 기념관도 들어섰다. 우리를 열광시켰던 3년 전 겨울을 기억하고 뜨끈한 황태해장국까지 먹고 나니 비로소 겨울을 떠나 보낼 준비를 마친 기분이다.

각양각색 3대 목장

하늘목장은 겨울에도 양을 방목한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하늘목장은 겨울에도 양을 방목한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대관령 양떼목장, 삼양목장, 하늘목장.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서도 이른바 ‘삼대(三大) 목장’으로 꼽히는 명소다. 얼핏 비슷한 듯싶지만 규모도, 풍경도, 체험 거리도 다르다.

먼저 삼양목장. 대관령에서 유일하게 자가용으로 활보할 수 있는 목장이다. 삼양목장은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를 ‘화이트 시즌’이라 부른다. 이 기간은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자가용을 몰고 해발 1140m ‘바람의 언덕’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언덕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황병산(1407m)과 오대산(1563m)이, 동쪽으로 강릉 시내와 바다가 내다보인다.

흰 눈을 덮어쓴 주목. 삼양목장 ‘청연주목원’에서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흰 눈을 덮어쓴 주목. 삼양목장 ‘청연주목원’에서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동해까지 보이는 삼양목장은 장쾌한 풍광이 일품이다. 그러나 눈밭을 뛰노는 양 떼는 볼 수 없다. 바로 이때 하늘목장이 대안이다. 하늘목장에는 양 180두, 말 20여 두, 젖소 300여 두가 산다. 이 가운데 양과 말은 겨울에도 방목한다. 실내 체험장이 아니라 양이 뛰노는 울타리 안에서 먹이 주기를 체험할 수 있다. 하늘목장 면적은 33㎢(1000만 평)에 달한다. 드넓은 목장을 둘러 보려면 ‘트랙터 마차’를 타면 된다. 승객이 한 명뿐이어도 마차가 다닌다.

하늘목장 트랙터 마차. 해발 1050m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사진 하늘목장]

하늘목장 트랙터 마차. 해발 1050m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사진 하늘목장]

사실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은 너무 넓다. 여의도 4~7배에 달하는 초원을 다 둘러볼 수도 없다. 적당히 걷기 좋은 산책로와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대관령 양떼목장이 방문객이 가장 많은 건 그래서다. 한 해 50만 명 이상이 양떼목장을 찾는다.

평창올림픽 ‘인면조’와 찰칵

평창올림픽기념관에 전시된 ‘인면조’. 올림픽 폐막식 때 등장해 화제가 됐다. 최승표 기자

평창올림픽기념관에 전시된 ‘인면조’. 올림픽 폐막식 때 등장해 화제가 됐다. 최승표 기자

“전 세계 50억 명이 함께한 가장 완벽한 올림픽(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흠잡을 게 없다는 게 유일한 흠(캐나다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은 전 세계가 극찬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3년이 지났어도 올림픽을 추억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지난 7일 평창올림픽기념관 개관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게다가 입장이 무료다. 이주진 평창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올림픽 유산을 기리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에 기념관은 상징성이 크다”며 “대관령 여행의 새로운 필수 코스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념관은 개폐회식이 열렸던 올림픽플라자 본관 건물을 재활용했다. 50억원을 들여 지상 3층 면적 3681㎡에 이르는 전시공간을 완성했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겨울올림픽 역사를 전시한 공간이 가장 먼저 보인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렸던 제1회 대회부터 올림픽 역사를 보여주고 성화봉·기념주화 등을 전시했다. 삼수 끝에 대회를 유치한 한국의 도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스켈레톤 윤성빈, 스노보드 이상호 등 메달리스트의 유니폼과 운동 기구도 전시돼 있다. 폐회식 때 화제가 된 고구려 벽화 속 ‘인면조’도 눈길을 끈다. VR 체험존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알파인 스키, 스키 점프, 봅슬레이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유니폼, 한반도 깃발을 든 남북한 응원단 모형, 북한팀이 선물로 준 고려청자 등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오징어와 삼겹살이 만났을 때

대관령에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추워야 더 맛있는 대관령 음식이 있다. 바로 황태다. 대관령에서는 나무에 걸린 명태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황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예사롭게 볼 수 있다. 용평리조트 앞 송천, 대관령 옛길 등지에 널찍한 황태 덕장이 많다.

대관령에는 간판에 황태를 내건 식당이 많다. 대개 황태해장국·황태구이·황태불고기 같은 요리를 판다. 생태(생물 명태)보다 쫄깃쫄깃하면서 감칠맛은 강하고, 북어보다 보드라운 식감이 황태의 매력이다. 대관령의 식당들은 의외로 반찬도 섭섭하지 않게 차린다. 이를테면 ‘황태회관’은 황태해장국(8000원) 1인분을 시켰는데 찬을 11개 내줬다. 해장국도 좋았지만 구수한 곤드레나물과 곰삭은 황태 식해 덕분에 밥을 한 공기 더 먹었다.

 대관령을 대표하는 먹거리 오삼불고기. 최승표 기자

대관령을 대표하는 먹거리 오삼불고기. 최승표 기자

오삼불고기도 대관령이 자랑하는 음식이다. 횡계 시외버스 공용정류장 인근에 오삼불고기 골목이 있다. 예부터 여남은 집이 이 자리에서 오삼불고기를 팔았는데 평창군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골목을 정비하고 식당의 메뉴 개발을 도왔다. 터줏대감이던 ‘납작식당’은 큰 건물을 마련해 골목을 떠났다. ‘횡계칼국수’에서 맛본 오삼불고기(1만3000원) 맛도 준수했다.

대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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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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