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 박 전 시장이 가해자인지 묻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다.
이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정영애 장관을 향해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이 사실로 판명 났다. 작년 인사청문회 때 이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 것은 인정했다. 그런데 가해자가 누군지 묻는 질의에는 즉답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다시 여쭙겠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그간 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게 추정할 수는 있지만, 박원순 시장이 사망해서 그렇게 적시할 수 있는 절차는 아니다”라며 “상식적으로 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표현하기에는….”이라며 말을 흐렸다. 전 의원은 “가해자는 돌아가신 박원순 시장이라고 인정한다는 말이냐”고 재차 물었다. 정 장관은 이에 “본인이 없는 상황에서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건 제가 그렇게 생각지 않는 것과 달리, 표현하는 것은….”이라고 또 즉답을 피했다. 전 의원은 “여가부의 역할은 피해자 보호, 지원이다. 피해자를 위해 충분히 목소리 내주셔야 한다”며 “가해자가 고 박원순 시장이란 것이 인권위 조사와 관련 판결에도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누군지를 답하지 못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묻겠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누구냐”고 묻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이 “개인적으로는 고 박원순 시장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세 차례 추궁 끝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 의원은 “여가부 장관으로 소신 있게 말해달라”며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 그것이 여기 앉아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박 전 시장사건 등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 주장에는 수긍하면서도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엔 “고인이 되셨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 장관은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알렸다는 의혹에 대해선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명료한 수사결과가 드러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주혜 의원은 이에 “본인이 유감을 표명했는데도 소극적으로 발언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살인죄로 고발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선 “2차 가해”라고 답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건과 관련해선, “피해자 의견을 대변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 장관은 제소 건 관련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견을 밝혀달라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ICJ 제소 주무부처는 아니다”라며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 협의해야 법률 재판 프로세스(과정)가 진행된다. 정부 부처에서 (제소를) 판단할 때 할머니들의 의견을 들어 반영될 수 있도록 역할하려 한다”고 답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제소를 촉구한 바 있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논문과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지 16일째인 지난 16일에서야 ‘유감’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 뒷북 대응 비판을 받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