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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카 몰아준 입단 동기가 적장으로 류지현·허문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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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웨딩카를 몰아준 친구를 적장으로 만났다. 프로야구 입단 동기 류지현(50) LG 트윈스 감독과 허문회(49)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우정의 대결을 펼친다.

1994년 LG서 데뷔 7년 함께 뛰어 #류 “친분은 친분, 경기는 경기” #허 “경기하다 실례 장면 나올수도”

류 감독은 시쳇말로 ‘야구계 핵인싸’다. 스스로 “맷 윌리엄스(미국) KIA 타이거즈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베네수엘라) 한화 이글스 감독을 뺀 7명의 감독과 크고 작은 인연이 있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그 인맥을 살려 10개 구단 중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가장 많은 10경기나 잡았다.

류지현

류지현

허 감독은 류지현 감독에게 가장 각별한 사령탑이다. 두 사람은 1994년 나란히 LG에 입단해 7년간 함께 뛰었다. 허 감독은 “입단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1992년 6월 한·미 대학 야구선수권에 함께 출전했다”고 떠올렸다. 미국에서 열린 그해 대회에는 3학년 유지현과 허문회, 1학년 홍원기 키움 감독이 출전했다. 세 사람은 이듬해 버펄로(미국) 유니버시아드에도 함께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한양대를 나온 류 감독은 1차 지명에서 LG에 입단했다. 경성대 출신 허 감독은 2차 지명 1라운드(전체 9순위)에 해태에 뽑혔다. 이어진 4 대 2 트레이드(한대화·신동수·허문회·김봉재↔김상훈·이병훈)를 통해 LG로 옮겼다.

허문회

허문회

허 감독은 “(류 감독은) 대학 때 친해져서 프로에서도 가깝게 지냈다. 결혼 때 류 감독이 도우미를 자처했다. 당시 차가 없었는데, (류 감독이) 공항까지 운전해줬고, 결혼사진도 찾아다 줬다”고 웃었다. 류 감독도 “제일 친한 사람은 역시 허 감독이다. (내가) 감독이 되자 제일 먼저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줄곧 LG에서 뛰었다. 허 감독은 고향 팀 롯데(2001~03년)로 갔다가, 2003년 LG로 돌아와 은퇴했다. 코치 생활도 LG에서 3년간 함께 했다. 2018년에는 나란히 LG(류)와 키움(허) 수석코치가 됐다. 2019시즌 뒤 허 감독이 롯데 사령탑에 올랐고, 1년 뒤인 지난해 류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았다.

두 사람의 교분은 여전하다. 류 감독은 “이제 둘 다 팀을 이끄는 위치가 됐다.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비시즌에도 가끔 통화한다. 최근에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롯데와 LG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른다. LG와 롯데는 KBO리그의 흥행을 좌우하는 인기 구단이다. 사령탑의 어깨도 그만큼 무겁다. 당연히 승부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류 감독은 “친분은 친분이고, 경기는 경기”라고 딱 잘라 말했다. 허 감독도 “(지역 라이벌인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과 경쟁 관계이면서도 사석에서는 잘 지낸다. 류 감독도 친하지만, 경기하다 보면 서로 실례인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와 롯데가  가을야구에서 만난 건 1995년 플레이오프(롯데 4승 2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포스트시즌 진출”로, 허 감독은 “지난해보다 세 계단 오른 4위”로 각각 잡았다. 두 사람 바람이 이뤄진다면, 26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엘롯’이 만나게 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유관중 경기가 열린다면, 두 사령탑의 가을 대결은 역대급 관중이 들어찰 꿈의 매치업이 될 수 있다.

부산=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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