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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들끓어" "조망권 독점" 세게 맞붙은 우·박…지원군 경쟁도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우상호 의원(왼쪽)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을 하기 전 분장실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후보는 서로의 공약을 두고 “특정 사람들에게만 조망권을 줄 수 있다”(박 전 장관), “흉물이 될 수 있다”(우 의원)고 비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우상호 의원(왼쪽)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을 하기 전 분장실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후보는 서로의 공약을 두고 “특정 사람들에게만 조망권을 줄 수 있다”(박 전 장관), “흉물이 될 수 있다”(우 의원)고 비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두번째 TV토론에서 한층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역시 부동산 정책이었다. 박 전 장관은 우 의원의 ‘16만호 강변도로 공공 아파트’ 정책에 대해 “한강 강변의 조망권은 서울시민 모두의 것인데, 아무리 서민들에게 분양해도 특정 사람들에게만 조망권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우 의원은 “지도를 보고 높은 건물에서 사진도 찍어보니 조망권을 훼손하지 않는 부지가 15km~20km까지 나오더라”며 “한강의 조망권이 부자들만의 것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의 ‘수직정원’ 공약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건물 중간에 공원과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1인 주택도 넣어 주거와 휴식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이다.
우 의원은 “나무 5000그루를 넣겠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그게 다 들어가려면 높이가 40층 정도 돼야 한다더라”며 “중국 스촨성에 비슷한 곳이 있는데, 모기가 들끓어서 800가구 중 10가구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직정원은 흉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공약을 철회할 의향은 없느냐”라고 몰아붙이자 박 전 장관은 “누구한테 여쭤봤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수직정원은 생태계, 환경 문제를 우선시하는 서울의 상징물로 얘기하는 것이지 40층 높이로 짓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민생 문제를 주제로 한 대목에서는 우 의원이 박 전 장관의 ‘구독경제’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구독경제는 신문을 구독하듯 일정한 금액을 내고 필요한 물건·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인데,  우 의원은 “갈비탕 집에 한 달 내내 갈비탕만 시켜야 하나”,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노래방·PC방은 구독이 가능하지 않지 않나” 등의 의문을 제기했고, 박 전 장관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우 의원은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나는 민생 문제 관련해 다양한 노동 공약을 발표했는데, 박 후보는 노동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관심이 없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노동 관련 정책은 앞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구독경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올 때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매출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답했다.

노무현 사위까지…지원군 공개 대결도 치열 

두 후보 간 지원군 확보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문재인 내각 출신 전 장관들을 캠프에 영입했고, 우 의원은 86그룹과 박원순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우상호 의원(오른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를 격려 방문한 곽상언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우상호 의원(오른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를 격려 방문한 곽상언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실 제공

우 의원은 17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만나며 친문을 넘어 친노 진영까지 아우르는 지원군을 과시했다. 우 의원측 설명에 따르면 곽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경선 준비 사무실을 방문해 “우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또 “우 후보는 타인의 아픔을 잘 느끼고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며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서울시민의 삶을 잘 채워줄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에 우 의원은 “지난 설 연휴 때 노무현 대통령을 참배하며, 대통령님께서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완성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고 왔다”고 화답했다.

우 의원의 가장 든든한 지원세력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박원순계 의원들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월 일찌감치 공개 지지를 했고, 설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11일엔 송영길·정성호·박정·양경숙·양기대·유동수 의원 등 81학번 의원들이 캠프를 찾았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박홍근,남인순, 천준호, 기동민 의원 등도 우 의원을 돕고 있다.

이밖에도 우 의원이 유튜브에 업로드한 ‘응원릴레이’ 영상에는 김영주·김영호·박용진·이용선·이해식 의원 등 서울 지역 현역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5일 박 전 장관과의 첫 번째 TV토론에서 우 의원은 “서울시는 25개 지자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101명 중 79명, 80% 가까이가 나를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내각·청와대 출신 의원 포섭한 박영선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서울시 대전환 비대면 정책 발표회에서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정 전 장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강병원 의원,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 오종택 기자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서울시 대전환 비대면 정책 발표회에서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정 전 장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강병원 의원,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 오종택 기자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내각 출신 인사들과 청와대 출신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캠프를 꾸렸다. 박 전 장관 캠프는 지난 12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각각 안보, 환경·도시, 문화·예술 분야 정책 자문단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세 전직 장관들은 모두 박 전 장관이 중기부 장관이던 시절 국무위원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박 전 장관 캠프에 합류해 ‘친문’ 표심을 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동시에 21대 총선에서 박 전 장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한 고민정 의원과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도 박 전 장관을 돕고 있다. 두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을 지난 총선에서 각각 꺾고 당선된 이력이 있다.

이밖에도 박 전 장관은 친노와 친문을 아우르는 인사로 꼽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후원회장으로 위촉했다. 최근에는 당내에서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과 음성 기반 채팅앱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방을 열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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