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1세 만학도의 열정, 전문학사 졸업하는 조월조씨

중앙일보

입력

“뒤돌아보니, 조금은 망설이며 시작한 대학 생활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멋진 세상이었다. 배움이 헛되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삶,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며 그 긍정의 에너지를 많은 이들에게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고교 졸업 후 40년 만에 향학열 불태워,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 졸업 #창녕 여자 택시 1호 기사, 다양한 특기로 창녕 사랑에 푹 빠져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0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오는 19일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하는 조월조(61)씨의 회고다.

경남 창녕에서 여성 택시기사 1호로 요리, 미용, 사물놀이 등 다양한 취미와 봉사활동을 펼치며 바쁘게 생활하던 조 씨는 딸의 권유로 지난 2019년,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창녕산업체위탁반, 야간) 신입생이 됐다.

“제가 여러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딸이 ‘어차피 하는 공부인데 더 의미가 있는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며 ‘취미나 교양이 아닌 학위를 위한 배움이 어떠냐’고 권해 마침 창녕에 개설된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 야간반(직장인을 위한 산업체위탁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입학을 덜컹한 그는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고 걱정이 됐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아 가는데 도전했지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죠.”

실제로 야간 수업과 학업에 힘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려니 힘들었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일, 시험 치는 일, 과제와 실습도 그렇고, 컴퓨터 사용도 제겐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죠. 특히 나이가 들어서인지 수업을 듣고 돌아서면 까먹고 또 돌아서면 까먹는 등 암기가 참 힘들었답니다.”

하지만 주경야독하는 야간반인 만큼 낮에는 각양각색의 직업 등 활동을 한 동기들이, 저녁이면 학생으로 변신, 한 가지 주제로 토론하고,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보낸 시간이 참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시험 때는 교수님의 강의 음성을 노래 듣는 것처럼 무한반복 재생해서 들었고, 또 작은 메모지에 빼곡히 적어 이동 중에 외우고 또 외웠다.

“1학년 기말고사 때 장애인 송년의 밤에 참가했는데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풍물공연을 마치자마자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가 시험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19 이전에 학우들과 ‘순천 정원박람회’ 나들이 갔던 날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답니다. 다시 여고생으로 되돌아간 듯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지요.”

조 씨는 배움을 늘 즐기는 삶을 살아왔다.

“저는 배움을 좋아합니다. 택시 운행에 필요한 영어, 일어. 중국어를 배웠고, 컴퓨터 윈도우가 도입되던 90년대 초에 사법고시 공부하듯이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공부도 했죠. 미용사 자격증에도 도전했는데 연습 때 집에 들고 온 마네킹에 어린 딸이 놀라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식 요리를 배울 때는 친정엄마와 같이 조를 이뤄 창녕군 대표로 요리대회에 나가 상을 타기도 했답니다.”

그는 이런 배움으로 익힌 실력을 지역 사회 봉사에 접목하며 창녕 사랑에 빠졌다.

창녕군여성합창단 활동, 기타, 난타, 오카리나를 배워 재능기부, 사물놀이팀에 참가해 장구를 맡아 지역축제나 행사에 참가했고, 구연동화(지도사 1급)를 배워 초등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면 두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 세워서 듣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늦지는 않았을까?’ 망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그는 “인생은 60부터라는데, 엄마는 이제 1살이네~”라고 말해 준 딸 얘기처럼 “제 나이 이제 1살이 된 듯하다”면서 “대학 경험들 덕분에 내 인생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지니게 됐다. 대학서 배운 다양한 지식을 헛되지 않고 의미 있는 쓰임을 찾아 이웃들과 많은 분들에게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대학은 여전히 택시 운전대를 잡고, 봉사와 나눔을 위한 제2의 인생을 드라이버 하는 조월조 씨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