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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에 맡기되 걸리면 엄벌...文대통령이 언급한 '새 거리두기'는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강제 조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엄벌에 처하는 방식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도입한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업종별로 한꺼번에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명령을 받게 된다. 앞으로는 영업을 최대한 허용하되 업주와 이용자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자율 방역’으로 바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3월부터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달 넘게 계속된 방역 강화 조치로 국민들의 피로가 누적됐고,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거리두기 방안에 대해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강제조치를 최소화하면서 방역수칙 위반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역에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성을 확대해 생업의 길을 넓히는 대신, 책임성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라며 “대신 방역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해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현행 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좀 더 단순하게 개편하고, 방역 수칙 이행의 주체인 국민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부터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방역체계 개편안을 검토해왔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거리두기 체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와서다. 헬스장ㆍ학원 등 장기간 영업제한 조치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된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더이상 억누르기 어렵고, 거리두기 장기화로 국민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방역 참여도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달 2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방역당국, 전문가, 자영업ㆍ소상공인 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어 개편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새 거리두기 방안은 생활방역 단계와 1ㆍ2ㆍ3단계로 바꾸고, 단계가 올라가도 영업은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개인, 집단 감염이 발생한 업체만 일벌백계하는 방향이다. 또 코로나19 전파 위험도와 방역관리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다중이용시설을 재분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는 식당ㆍ카페ㆍ노래방ㆍ유흥시설 등을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해 ‘중점관리시설’로 지정해놨는데 이런 분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방역수칙 위반은 지자체 단속 뿐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로 잡아낸다. 설 연휴 기간(10~14일) 전국적으로 5615건의 방역수칙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 집합금지 위반, 출입자 관리 위반, 마스크 미착용 등의 신고가 빗발쳤다. 이러한 ‘자율방역’ 체계로 바뀌면 영업 제한은 확 줄어들겠지만 개별 업주들이 떠안는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이용자들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요구하고, 관리하는 책임이 업주들에게 상당부분 떠안겨지기 때문이다. 새 거리두기 개편 방안은 이달 말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자율 방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설별로 세밀하면서도 합리적인 방역지침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방역수칙에 따르는데 드는 인력ㆍ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자율방역을 위해 시설별로 세부적인 방역 지침을 잘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래방, 실내체육시설, 식당, 카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문을 닫지 않고 운영을 계속하려면 지켜야할 수칙은 세부적으로 다를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일괄적으로 수칙을 정하는게 아니라 현장 참여를 시켜야 형평성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지원을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하에 있어 환기가 안되는 실내체육시설이 있다면 환기 할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주거나 지상에 있는 시설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상을 더 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차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시설이나 장소, 삼가야하는 행위는 이미 국민이 알고 있다”며 “지역별, 단체별로 자율 방역단을 구성해 자율적으로 계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 최근 영업금지가 풀린 업종 내에서 '자경단'을 꾸려 자체적으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지 감시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장은 “우리가 정부에 영업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던 만큼 스스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1년동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국가 주도 방역에 국민이 지쳤다. 단기간에는 강력한 규제가 효과 있을 수 있지만 장기화 할수록 국가 주도 방식으로는 시설별, 장소별 방역을 공공 인력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방역 장기화로 인한 피로도를 줄이고 국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스더ㆍ이태윤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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