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자루·천일문·손사탐…전설의 원조 일타강사들 요즘 근황

중앙일보

입력 2021.02.12 11:00

업데이트 2021.02.12 11:14

2019년 한 사교육 업체 입시 설명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사진 유튜브 캡쳐]

2019년 한 사교육 업체 입시 설명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사진 유튜브 캡쳐]

"요즘 애들은 손주은 모른다는데 진짜인가요?"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손주은(59) 메가스터디 회장이 2019년 한 입시 설명회에서 한 강연이 최근들어 뒤늦게 화제가 됐다. 메가스터디를 창업한 손 회장이 “10년 내 사교육업계가 망할 것”이라고 공언한 내용이다.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퍼지며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요즘 10대 학생들은 손 회장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교육의 전설로 그를 기억하는 20~30대 누리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젊은 나이에 거액을 버는 '일타 강사'가 화제가 되면서 원조 일타강사들의 소식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인강(인터넷 강의) 시대를 연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시절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 화면 속 기억으로 남아있는 일타 강사들의 근황을 알아봤다.

손주은, 청년 창업에 투자…쓰러진 삽자루 의식회복

2010년대 '삽자루'를 강의실에 들고 들어오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우형철 씨 강의 현장. [사진 비타에듀 캡처]

2010년대 '삽자루'를 강의실에 들고 들어오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우형철 씨 강의 현장. [사진 비타에듀 캡처]

2000년대 초 손 회장은 강남 최고의 강의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에는 메가스터디를 창업해 인터넷 강의 산업의 기초를 닦았다. "유전자가 아니다 싶으면 빨리 공부를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는 그의 발언은 요즘에도 회자된다. 사교육 사업으로 승승장구한 손 회장은 "사교육으로 얻은 부가 떳떳하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젊은이들에게 빚을 갚는 심정"이라며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삽자루'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1세대 수학 일타강사 우형철(57)씨는 강사에서 은퇴한 뒤에도 사교육 업계 '불법댓글' 문제를 계속해서 폭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후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그가 댓글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국어 강사 박광일 씨가 구속되면서 우 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혼수상태였던 우 씨는 몇달 전 의식을 되찾았다. 측근에 따르면 병상에서 박광일 강사의 구속 소식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우 씨의 측근은 "완전히 기력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몇 마디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삽자루에 이어 2010년대 수학 일타로 활약했던 신승범(50) 씨는 2019년 업계를 떠났다. 뛰어난 강의력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2017년 댓글 조작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불법 댓글에 가담한 혐의가 없다고 결론났고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일타 자리에서는 밀려나게 됐다.

강단 떠나 교육 전문가로 변신…20년째 '현역'도

이범 교육평론가. 현재는 영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 교육평론가. 현재는 영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 경력이 수십 년에 이르는 1세대 일타강사 중에는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인강이 보편화하기 전인 90년대에 교사 출신 EBS 인기 강사였던 이만기(60)씨는 2000년대 초 학교를 떠나 메가스터디에 합류했다. 인강 1세대 국어 일타강사였던 그는 당시 입시에서 논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논술 강의로도 활약했다. 2005년 유웨이에듀로 이적한 뒤에는 현재까지 입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엔 유튜브로도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범(52)씨는 2000년대 초 국어·영어·수학에 비해 규모가 작아 불모지였던 과학 일타강사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 씨는 수능 강의를 접고 교육평론가로 활동하다가 2010년을 전후해 정치권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2012년에는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교육 정책 자문을 맡았고,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권 초기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 씨는 최근 정부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책을 내놨다. 이 씨의 지인은 "최근에는 현 정권 교육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한국을 떠나 영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2022학년도 대비 강의 커리큘럼 소개하는 김기훈 메가스터디 강사. [사진 메가스터디 캡처]

2022학년도 대비 강의 커리큘럼 소개하는 김기훈 메가스터디 강사. [사진 메가스터디 캡처]

대다수 1세대 일타강사가 강단을 떠났지만, 여전히 인기 강사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천일문' '어법끝' 등으로 2010년대 인기를 끈 김기훈 씨는 여전히 메가스터디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도 상위권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압도적인 1위는 아니지만, 여전히 인기 강사"라며 "치열한 이 업계에서 20년째 활약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팬덤으로 무장한 스타강사 세대교체

사회 과목 일타강사 이지영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이씨는 방송에서 거액의 통장 잔고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이지영 강사 유튜브 캡처]

사회 과목 일타강사 이지영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이씨는 방송에서 거액의 통장 잔고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이지영 강사 유튜브 캡처]

2010년대 이후 일타강사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소셜미디어 활용이 늘면서 일타강사의 특성도 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로 강의력만으로 평가받던 1세대와 달리 최근에는 '스타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수학 일타강사인 현우진 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2만명에 달한다. 수학 일타강사 정승제 씨는 TV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고, 사탐 일타강사 이지영 씨는 개인 방송으로 활발히 팬들과 만난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강의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팬심을 살만한 스타 기질과 소통도 중요하다"며 "경력이 긴 중년의 강사가 인기였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20대 스타 강사도 많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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