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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세권’이란 말도 생겼다, 지자체도 주목하는 ‘동네의 재발견’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년은 우리 삶을 바꿔놨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슬리퍼를 신고 각종 여가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역을 의미하는 ‘슬세권’이란 단어마저 태어났다. '동네의 삶'에 사람들이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동네 가꾸기에 들어갔다. 택배를 대신 맡아주는 '동네 관리사무소'부터 각종 공구대여소, 1인 가구라도 맘 편히 찾아갈 수 있는 혼식당까지 속속 선보이고 있다.

눈치 안 보고 '혼밥' 원한다면 '혼밥 식당'

서초구는 이번 명절을 맞아 혼식당을 통ㅎ 1인가구에게 명절음식을 배달했다. 사진 서초구

서초구는 이번 명절을 맞아 혼식당을 통ㅎ 1인가구에게 명절음식을 배달했다. 사진 서초구

서초구는 지난해부터 '혼식당' 인증을 하고 있다. 1인 가구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정작 ‘동네 밥집에 찾아가 1인분만 주문하기 꺼려진다’는 의견을 반영해 아예 혼밥이 가능한 '혼식당'을 인증하고 나섰다.

서초구 관계자는 “식당에 가면 메뉴에 2인 이상, 3인 이상 조건이 달려있을 때가 많아, 혼자서도 맘 편히 동네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검증을 거쳐 혼식당을 인증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식을 비롯해 중식, 양식까지 망라해 인증받은 곳은 총 74곳. 가성비도 검토해 한 끼에 7000~8000원 수준이 되도록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최근엔 이렇게 인증받은 혼식당을 통해 1인 가구를 위한 '명절 음식' 키트도 만들었다. 엄마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떡만둣국과 전으로 구성된 한 끼는 지난 8일 1인 가구에 전달했다. 청년 가구거나 홀로 사는 중장년 등 400명이 명절 도시락을 받았다.

동네 사랑방 되는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

아파트에만 있는 관리사무소를 만드는 곳도 생겨났다. 중구는 최근 노후주택가를 중심으로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열었다. 골목길 청소부터 쓰레기 관리까지 동네 살림을 챙겨주는 곳으로 택배도 받아 보관해준다. 15명 안팎의 인원이 근무하면서 야간순찰은 물론, 코로나19를 위한 방역 활동, 간단한 집수리도 돕고 있다.

근무자는 모두 동네 주민. 시간당 1만원을 넘는 수준에서 임금도 지급이 된다. 중구 회현동 주민 김진훈(56) 씨는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통해 골목길이 깨끗해지고 밤길이 더 안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사진 중구

중구 우리동네 관리사무소. 사진 중구

'공구' 사지 말고 동네에서 빌려 쓰세요

'마을 공구대여소'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동작구는 지난 2016년 처음 시작한 우리 마을 공구대여소를 모든 동 주민센터로 확대했다. 동작구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 직접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rself) 유행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용실적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작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마을 공구대여소 이용 건수는 2797건으로 전년 대비 185.8%나 증가했다.

한 번에 빌려 쓸 수 있는 공구는 최대 5개. 기간은 2박 3일로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다. 한차례 연장이 가능한데, 빌릴 수 있는 공구는 다양하다. 가정에선 흔히 구할 수 없는 해머 드릴부터, 니퍼, 스패너, 만능 렌치 등 80여 종을 구비하고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앞으로 상반기 운영 실적을 반영해 필요시 주민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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