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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적자 서울교통公 “지자체 비용 분담 안하면 직결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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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시가 앞으로 도시 철도를 경기도와 인천 등지로 연장할 때 서울교통공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직결 연장’ 방식이 아닌 ‘평면 환승’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서울의 도시·광역 철도를 타지의 철로와 직접 연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기준대로 직결 연결을 위해선 경기·인천교통공사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도 비용을 분담하라는 신호로 지하철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평면환승’ 원칙 선언…직결연결은 예산 분담시에만

지하철 9호선. [중앙포토]

지하철 9호선. [중앙포토]

9일 서울시는 “앞으로 도시·광역철도 연장은 직결 운영이 아닌 평면 환승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 도시철도 연장 및 광역철도 추진 원칙’에 따르면 평면환승 방식으로만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의 지하철 연결이 가능해진다. 평면환승은 계단·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맞은편 플랫폼을 통해 환승할 수 있는 구조로, 철도를 직접 연결해 하나의 노선처럼 운영되는 직결연결과는 다른 방식이다.

서울시는 “(타 시·도의) 직결 연장 노선이 고장 날 경우 전체 노선이 멈추게 돼 수도권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그러나 평면 환승할 경우 일부 구간만 비상 복구하면 돼 열차 지연에 따른 승객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직결 연장으로 노선이 길어지면서 운전 승무원의 장시간 운행으로 인한 피로감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서울교통公 당기순손실 1조954억원…“여력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원을 넘는다. [연합뉴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원을 넘는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직결연장→평면환승으로 원칙을 못 박은 직접적인 이유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부담이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 본선뿐만 아니라 7호선 부평구청 연장, 5호선 하남 연장 등 시계외 노선까지 운영하면서 수도권 광역교통시스템을 책임져 왔다”며 “그러나 각 지자체의 미온적인 책임 분담, 추가적인 직결 연장 요구 등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에만 약 1조 954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난해에만 이용객이 7억4700만명 줄어든 데다, 지난 6년간 요금이 동결되면서 운송 원가보다 운임이 낮아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또 65세 이상 승객 무임승차 정책으로 인한 손실도 지난해에만 27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연말에는 총 1조5991억원의 자금이 부족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부천 예산 미분담으로 안전설비 미흡, 혼잡도↑ 

2016년 3월 14일 서울 구로구의 지하철 7호선 온수역 플랫폼에서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앙포토]

2016년 3월 14일 서울 구로구의 지하철 7호선 온수역 플랫폼에서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는 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미흡을 지적하면서 7호선이 연장된 부천시의 사례를 꼽았다.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후 7호선 서울시 구간에는 승강장 안전문에 '레이저 센서' 설치를 완료했으나 부천시 관할인 까치울~부평구청역에는 지자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또 “새로운 노선이 연계됐지만, 부천시가 열차를 충분히 투입하지 못해 지하철 서울 구간(온수~가산 디지털단지역)의 최대 혼잡도가 2011년 147.5%→2015년 161%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연장 구간의 운영은 관할 지자체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특히 운행 안전을 위해 각종 개선, 투자에 대해서도 관할 지자체의 재원 부담을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부담 의무를 담보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전철을 광역철도로 연장할 경우에도 차량 용량 확대, 신호 시스템 개량, 정거장 확대 등 추가 운영 및 건설 비용을 모두 관할 지자체와 관계 기관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40억~120억 예산 분담 놓고 서울-인천 갈등 

인천공항철도. [사진 공항철도]

인천공항철도. [사진 공항철도]

이처럼 서울시가 연장 구간에 대한 해당 지자체의 ‘자기 부담 원칙’을 공식화하면서 경기·인천 등 타 지자체와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현재 서울시와 인천시가 마찰을 빚고 있는 공항철도와 9호선 직결사업 문제다. 서울시는 인천시 역시 해당 사업으로 수혜를 입는 만큼 사업비 일부(40억~120억원)를 분담하라는 입장이지만, 인천시는 “이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가 '각자 부담' 원칙을 밝혔지만 현재 추진 중인 5호선 하남선, 7호선 연장선(인천·경기 북부), 8호선 별내선, 4호선 진접선 등 이미 연장이 결정된 구간은 원계획대로 개통된다. 다만 추가 직결 연장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인천시와의 갈등 여지는 남아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양질의 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무조건적인 연장 직결보다는 편리성과 효과성 등 운영상의 장점이 입증된 평면 환승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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