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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전쟁터’ 세종시…분양 경쟁률 2100대1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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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세종 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세종시 집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 신도시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세종시 집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근 세종시 아파트 분양에서 특정 주택 형태 경쟁률이 2100대1까지 기록했다. 지난해 세종지역 아파트값이 폭등한 데다,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분양을 놓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 전국 최고 #13가구 분양에 2만7000여 명 몰려 #국회 이전, 고속도 등 상승요건 많아 #4년 내 1만3000가구 추가공급 계획

9일 세종시에 따르면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6-3생활권 H2·H3블록 아파트 일반공급(1순위) 청약이 지난 2일 하루 접수됐다. 금호건설·신동아 건설·HMG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짓는 이 아파트(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전체 1350가구 중 958가구(71.0%)가 신도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 무주택 공무원과 신혼부부·장애인 등에게 우선 배정됐다. 이에 따라 일반공급 물량은 나머지 392가구(29.0%)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전국에서 청약을 신청한 사람은 7만1464명이나 됐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세종시 사상 가장 높은 182.3대 1이었다.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44개 단지 가운데 단지 전체 기준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H2블록은 일반분양 분 218가구에 4만8266명이 접수, 평균 경쟁률이 221.4대 1이었다. 특히 배정 물량이 13가구인 전용면적 90㎡ A형 기타지역(비세종시민)에서는 해당 지역(세종시민) 탈락자 7455명을 포함한 2만7298명이 경합했다. 최종 경쟁률은 2099.9대 1이나 됐다.

세종시는 조치원읍 등 10개 읍·면을 제외한 신도시 전 지역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3가지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로 인해 서울지역(15개 구)과 함께 일반인이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전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곳이다.

세종시 올해 아파트 분양에서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세종 상승률은 매매가 44.93%, 전세는 60.60%에 달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매매가 7.57%, 전세는 7.32%였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초강력 규제로 인해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했다.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신도시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공급된 아파트가 연평균 1만597가구(임대 포함)지만 지난해에는 3분의 1 정도인 3058가구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많은 6443가구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부터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을 본격 추진키로 하는 등 도시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는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4일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앞으로 4년 안에 세종시 신도시 예정지역에 1만3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세종지역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1만3000가구는 너무 적은 물량”이라며 “2025년이면 서울~세종 고속도로 완공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있어 집값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 권봉기 주택과장은 “1만3000가구면 세종시 현재 인구(36만명)의 10분의 1 규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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