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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 갇혀도, 전화국이 무너져도…‘이 전화’는 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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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내 연구진이 휴대전화가 ‘먹통’인 상황에서 통신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 부품 칩의 크기가 작고 비용이 저렴해 재난 현장이나 군·경 통신망에 활용 가능성이 큰 기술이다.

ETRI, 위성통신 모뎀칩 개발 성공 #가로·세로 1.3㎝ 50원 동전 크기 #그물망 방식 위성통신 접속기술 #화재·지진 현장에서 대응 가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한국의 산간벽지 전역에서 통신이 가능한 위성통신 모뎀칩(ASIC)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재난 현장에서도 위성통신이 가능한 상황을 가상의 컴퓨터그래픽으로 구성한 모습. 119 구조대원이 도서·산간 지역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통신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ETRI]

재난 현장에서도 위성통신이 가능한 상황을 가상의 컴퓨터그래픽으로 구성한 모습. 119 구조대원이 도서·산간 지역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통신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ETRI]

현재 이동통신 기술은 기지국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일부 도서·산간 지역 등 지리적으로 제약이 있거나 화재·지진 등으로 전화국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위성통신은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중계소 역할을 해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다만 위성통신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일단 송신자→위성→중계기(허브)→위성→수신자를 거쳐서 목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전화가 한 박자 늦게 들린다는 뜻이다.

부대장비가 많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위성과 신호를 주고받는 안테나·기지국 등 부대장비 무게는 100㎏ 안팎이다. 차량으로 운반하지 않으면 들고 다니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인기 ETRI 선임연구원이 소형 위성중계 장비용 안테나를 점검하고 있다. 통신 재난 상황에서도 위성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사진 ETRI]

이인기 ETRI 선임연구원이 소형 위성중계 장비용 안테나를 점검하고 있다. 통신 재난 상황에서도 위성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사진 ETRI]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TRI는 그물망(Mesh Topology) 방식의 위성통신 접속기술을 적용했다. 이 접속기술은 중계기를 거치지 않고 송신자→위성→수신자를 거쳐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지연 시간이 짧다.

다만 그물망 방식 위성통신 접속기술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별도의 수신 장비가 필요하다. ETRI는 이런 문제를 수신구와 송신구를 하나로 결합한 모뎀칩(에이직·ASIC)을 개발로 해결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위성통신칩. [사진 ETRI]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위성통신칩. [사진 ETRI]

ETRI가 개발한 모뎀칩은 가로·세로 크기가 각각 1.3㎝다. 50원짜리 동전만 하다. 이렇게 작은 칩 하나가 위성통신 부대장비의 크기를 줄이고, 통신 지연시간도 축소했다(0.5→025초). 이 칩을 기지국처럼 이용하면 이동통신이 ‘먹통’인 상황에서도 휴대전화 이용이 가능하다. 최대 32개의 채널과 서로 다른 신호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고, 전송 속도(13Mps)는 동영상 스트리밍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ETRI 연구팀이 개발한 위성통신 기술은 천리안 위성과 통신하며 검증시험을 마쳤다. 향후 행정안전부·해양경찰청·소방방재청과 실증 과정을 거쳐 재난·재해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인기 ETRI 위성광역인프라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재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고, 소외된 도서·산간 지역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거나 군 작전 지역에서 군용 통신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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