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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는 윤리적이었을까?"…서울학생, AI 기술·윤리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혁신미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혁신미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2025년까지 약 475억원을 들여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민간 참여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교육의 역량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기반 융합 혁신미래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5년 동안 1000명의 인공지능 전문 교원을 기르고,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으로 학습 부진학생을 진단하고 교사의 행정 업무를 줄이는 활용 계획도 내놨다.

전 과목에서 인공지능 관련 수업…"평가는 안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2020서울학생메이커괴짜축제에서 학생들과 작품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2020서울학생메이커괴짜축제에서 학생들과 작품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은 모든 교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도덕 교과에서는 앞서 논란이 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의 윤리성을 토론하거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미술 시간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식이다.

별도 교과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날 조 교육감은 "학문간 융합의 중요성이 큰 인공지능 특성상 별도의 '인공지능 교과'를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2025년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이미 개설된 '인공지능 기초'나 일부 특성화고에서 가르칠 인공지능 관련 과목 수강을 권장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관련 내용을 평가에 반영하지도 않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평가에 반영하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취약 학생을 발굴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데 주로 활용하고, 따로 평가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수업을 확산하기 위해 AI선도학교 50곳과 AI 연구학교 3개교, 융합교육 중심고 7개교, 특성화고 8곳을 지정해 운영한다. 조 교육감은 탈북·다문화 학생 등을 대상으로는 시범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튜터'라고 이름 붙인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3~4월 중 공개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갖춘 교원 부족·민간 참여 제한 한계

지난해 10월5일 오전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1학년 학생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5일 오전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1학년 학생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인공지능 교육을 진행할 교원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서울 시내 학교 교사를 인공지능 관련 대학원에 진학시켜 전문가로 양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교육 받는 인원은 160여명에 그친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2025년까지 총 1000명의 교사를 대학원에 진학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갖춘 민간의 참여도 제한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공직에서) 6년 있어 보니 민간은 채찍질을 하다 보니 발전하는데, 솔직히 공공부문은 관료제의 경직성 때문에 발전이 더디다"며 민간 참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해관계 문제를 언급하며 민간 기업 참여에 한계가 있다고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대기업이 사업에 진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중소기업 중에도 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우수한 기업이 있어 굳이 대기업과 협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활용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채점이나 평가, 과제 관리 등 반복 업무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도 활용하고 있는 업무 전산화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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