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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합병증때문에 수술 못하는 심장판막환자 치료법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첫 경피적 대정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최모(여, 53세) 환자와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가 퇴원 전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내 첫 경피적 대정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최모(여, 53세) 환자와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가 퇴원 전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령이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심장 수술을 받기 어려운 중증 삼첨판 폐쇄부전증 환자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심뇌혈관병원 장기육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중증 삼첨판 폐쇄부전증을 앓고 있는 최모(52ㆍ여)씨에게 수술 대신 경피적(혈관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으로 대정맥 판막 치환술을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최씨는 30대부터 제1형 당뇨병(소아당뇨)으로 투병생활을 이어오다 7년 전, 당뇨로 인한 만성 신부전이 발생하자 혈액투석을 받아왔다. 여기에 협심증까지 겹쳐서 타 대학병원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시술 당시 시행한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중등도의 삼첨판 폐쇄부전(심장의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의 삼첨판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상태)이 발견됐다.

병은 점차 악화돼 2019년부터는 삼첨판 폐쇄부전으로 인한 혈류가 상대정맥과 하대정맥으로까지 역류되기 시작했다. 최씨는 간과 위장관에 혈액이 정체되는 충혈이 심해져 간경화와 위장병증까지 진행되는 상태여서 수술을 권고 받았다. 하지만 근육이 거의 없는 체중 37kg의 마른 체격과 긴 당뇨병과 혈액투석으로 나이에 비해 전신 쇠약정도가 심해 심장수술의 위험도가 너무 높은 상태여서 수술을 주저했다. 의료진은 약물로만 치료하기엔 증상이 심하다고 판단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피적 대정맥 판막 치환술을 진행하게 됐다.

시술 3일 후 촬영한 CT 영상에서 판막은 삽입된 위치에서 변동이 없이 우심방 입구부터 하대정맥에 걸쳐 있다.

시술 3일 후 촬영한 CT 영상에서 판막은 삽입된 위치에서 변동이 없이 우심방 입구부터 하대정맥에 걸쳐 있다.

경피적 대정맥 판막 치환술(CAVI : transcatheter caval valve implantation)은 중증의 삼첨판 역류증 환자 중, 수술 위험도가 높아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CT 검사를 토대로 하대정맥과 우심방, 그리고 간정맥들의 해부학적 구조를 평가하고, 적합한 판막을 선택해 대퇴정맥에 가이드 와이어(철사)를 통과시켜 판막 이동경로를 확보한 뒤 설치된 유도철선을 따라서 30mm 경피적 자가확장 판막을 정확히 위치시킨다. 이후 서서히 판막을 펼친치고 조영술과 심장초음파를 통해 시술 결과를 확인한다.

시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삼첨판 폐쇄부전에 의해 하대정맥으로 역류되는 혈류 흐름이 설치된 판막 덕분에 차단됐다. 최씨는 지난 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장 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심장 수술이 어려운 심장질환 환자들이 안전한 시술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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