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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2013년 잉태된 주택대란, 과도한 규제푸는 게 해결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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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목영만 전 행정안전부 차관보·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목영만 전 행정안전부 차관보·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조만간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 2017년 가을부터 요동치기 시작한 집값은 지금껏 24번의 대책에도 전혀 잡히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사실상 전국이 투기지역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대책이 나오면 나올수록 정부를 비웃듯이 주택 가격 및 전셋값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로 인해 부부가 자살하는 참극도 일어났다. 가히 ‘부동산 카오스 시대’다.

뉴타운사업 막아 공급 차질 초래 #가격 통제, 세금 정책 재검토하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기 전에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과연 무엇이 바람직한 주택 시장인가 하는 것이다. 가격의 급락도 폭등도 좋지 않다. 적정 수준의 점진적 상승이 이상적이라는 시각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락은 있어도 대체로 안정적이던 주택과 전세 시장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끼치는 인위적인 시도가 2013년에 있었다. 2011년에 보궐선거로 당선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후 지역 개발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Gentrification)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당시까지 잘 진행되던 뉴타운 사업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체계적 재개발을 추진하던 152개 뉴타운 사업 현장 중에서 112개(75%) 사업장을 종료시켰다. 주택시장의 자연스러운 공급 확대 움직임이 인위적인 규제 정책에 의해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과도한 재건축 규제 조치에 따라 민간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공급의 싹을 잘라버렸다. 그 대신에 말로는 그럴싸한 도시재생이라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밀어붙였다. 골목길에 분 바르고 화장하는 치기 어린 사업을 서울 곳곳에 추진했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 창신지구 한 곳에만 200여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곳 주민들은 그 많은 돈이 들어간 사실조차 모른다. 이런 정책은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비뚤어진 이념과 결합하면서 전국적으로 부작용을 확산시켰다.

2013년 당시 박원순 시장의 정책 개악으로부터 촉발된 주택시장 공급 축소는 3~4년 시차를 두고 2017년부터 공급 부족의 충격을 가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 대란이 2013년 서울에서 이미 잉태된 셈이다.

더군다나 박 시장 밑에서 도시재생 사업에 깊이 관여한 변창흠 당시 SH공사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됐으니 제대로 대책을 낼 수 있을까. 변 장관은 그동안 공급대책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서울의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구상을 시사해 왔다. 하지만 이 방법도 공공이 주도하는 기존의 공적 임대주택 방식의 하나로 주택 대란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가 공공 자가주택이니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민간 주택시장에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정책적 사고에 계속 머물면 부동산 재앙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동안 주택 및 전셋값 폭등은 규제를 낳고, 그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새로운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키워왔다.

지금의 주택 대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해답은 공급 확대를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그 이상의 주택시장에서는 손을 떼는 것이다. 민간 건축 시장에 가해지는 사용·수익·처분 등 소유권 규제, 절차 규제, 가격 규제, 세금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이를 주택 대란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시장 기능을 정부가 대신할 수 있다거나 대신하겠다는 오만에서 잉태된 규제를 이제라도 모두 없애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부터 깨닫는 것이 부동산 대란 해결의 첩경이다. 충격적인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 사건 이후 치르는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바로 잡는 큰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목영만 전 행정안전부 차관보·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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