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요구땐 전문분야 아니라도 진단서 내줘야"

중앙일보

입력

환자의 증상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사가 이미 진찰한 환자에 대해 진단서 교부를 거부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최건호 판사는 4일 턱을 다친 뒤 정형외과에서 치료받고 진단서 발급을 요구한 환자에게 '내 치료영역이 아니었다'며 발급을 거부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외과의사 A씨에 대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턱이 아픈 환자가 꼭 치과에서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정형외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며 "환자의 증상이 피고인의 주장처럼 치과의사만 진단.치료해야 할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벌금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병명을 추정하고 약물치료를 했다면 환자를 최초 진찰한 의사로서 진찰한 바에 따른 진단서를 작성해 교부하면 되는 것"이라며 "나머지 사정은 진단서의 '향후 소견'이나 '비고' 부분에 기재하면 족하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진단서는 '증명적 기능'이 있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환자가 요구하면 이미 진찰한 환자에 대해서는 진찰한 대로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4월 턱을 다쳐 진료를 받고 돌아간 환자 B(여)씨가 3개월 뒤 찾아와 진단서를 떼줄 것을 요구하자 자신의 전문 진료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 정당한 이유없이 진단서 발급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의료법 제18조 3항에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의 교부 요구를 받은 때에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