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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진료 정밀의학 미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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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박완서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을 다시 읽었다. 최근 전자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알고리즘이 내 취향과 80% 일치한다며 추천한 책이다. 소설 속 ‘경호’는 폐암을 앓는다. 진단할 때 암세포가 벌써 늑막(가슴막)까지 퍼져서 수술이 불가능했다. 조직검사에서 비소세포 폐암으로 확인됐다. 경호는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끝까지 몰랐고 적극적인 암 치료도 받지 못했다.

전문의 칼럼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만약 소설 속 경호가 지금 암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선 유전자 검사로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암 조직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해당 변이만 타깃으로 삼는 표적 항암제로 치료하기 때문이다. 면역 항암제의 대상 여부도 검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보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알 수 있다.

 유전자 검사는 암의 분류를 획기적으로 바꿔 놨다. 예전에는 단순히 폐암이라고 진단했는데, 이제는 진단에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 폐암’과 같은 유전자 정보가 포함된다. 유전자 변이에 따라 치료까지 달라지니 유전자 검사의 대중화가 정밀의학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암 치료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암 치료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전자책 서비스가 나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하고 완독 시간을 예측한 것과 같은 방식이 진료 현장에도 적용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임상·영상·유전자 정보의 통합이다. 통합된 의료 정보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의 발생 빈도, 치료 방법과 예상 치료 효과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인공지능이 적용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개인 맞춤 처방과 예측 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을 구현하게 될 것이다. 의학적 관찰과 지식을 연결하는 이 시스템은 의사의 판단을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만들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진료와 화상회의를 많이 접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경험은 헬스케어에도 빠르게 적용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은 암 분야에서 예측과 맞춤 치료를 구현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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