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USB 의혹 커지자, 여권 “원전 아닌 신재생에너지 담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야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 회담 뒷얘기 하며 #“USB엔 발전소 관련 내용도 있다” #대북 전력 지원 프로젝트설 나와 #야당 “그 안에 든 내용 모두 공개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감사 직전 무더기 삭제한 파일 중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등 북한 원전 지원을 암시하는 파일이 17개 들어 있다. 이들 파일 작성 시기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5월이란 점에서 산업부가 계획을 구체화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야권의 공격 초점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USB(이동식 저장장치) 내용에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충격적 이적 행위”라고 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여권 핵심 인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9일 이와 관련해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아봤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냐”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뜻이었다.

2018년 산업 부 원전 문건 작성 시점 전후 남북관계 일지

2018년 산업 부 원전 문건 작성 시점 전후 남북관계 일지

관련기사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된 USB 내용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서 “드러난 증거만 봐도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려 했다는 건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USB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그대로 밝히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4·27 회담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당시 남북 정상이 작은 테이블을 놓고 마주 앉거나 산책을 겸하며 나눈 이른바 ‘도보다리 44분 밀담’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비무장지대에서 대화하는 두 사람의 표정만 무성영화처럼 생중계됐지만 대화 내용은 녹음되거나 기록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대화 도중 “발전소 문제…”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때문에 밀담에서 북한 전력 문제가 논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사흘 뒤인 4월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회담 뒷얘기를 공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구두로 그것(발전소 문제)을 논의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경제구상을 책자와 PT 영상으로 만들어 건네줬다. 그 속에 발전소 관련 내용이 있다.” 이 자료는 USB에 담겨 전달됐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USB 속에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의 대북 전력 지원 프로젝트가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었다.

여권 한 핵심 인사는 31일 북한 원전 지원 의혹에 대해 “야당이 잘못 짚었다”고 부인했다. 이 인사는 문 대통령이 건넸다는 ‘발전소 및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과 관련해 “수력이나 화력, 신재생,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은 미국 동의 없이는 북한에 건설할 수 없어서 남북관계 개선 시 협력 가능한 부분이 결국은 수력, 화력, 신재생 에너지 등인데 원전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남북 정상회담 등에 깊숙이 관여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협력사업 어디에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 해당 산업부 공무원이 관련 내용을 검토했을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